글로벌 은행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대출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이를 외부 투자자에게 분산하려는 움직임에 나섰다. 대형 프로젝트 중심의 차입 구조가 금융 시스템의 자본 여력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SMBC 등 주요 은행들이 데이터센터 관련 대출 일부를 사모 시장과 기관 투자자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은 대출 지분 매각이나 위험 이전 구조를 활용해 특정 차주에 대한 익스포저를 줄이고 추가 대출 여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AI 인프라 경쟁이 촉발한 대규모 자금 수요에서 비롯됐다. 데이터센터 운영업체인 오라클과 코어위브는 미국 전역에 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수천억달러 규모의 차입을 진행하며 시장 규모를 급격히 키웠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차입 규모가 기존 금융 관행을 넘어선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JP모간과 MUFG 등은 텍사스와 위스콘신에서 오라클이 임차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와 관련된 약 380억달러 규모의 건설 대출을 6개월 넘게 시장에 분산해 왔다. 일부 은행은 해당 대출을 비은행 투자자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매각하려는 시도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대출 집중도가 높아질수록 자본 부담과 손실 위험이 동시에 커진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중요 위험 이전(SRT)’ 구조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SRT는 대출 포트폴리오의 일부 손실 위험을 보험사나 사모신용펀드에 이전하는 방식이다. 유럽 은행들이 자본 규제 대응 수단으로 활용해온 구조다. 최근 북미 은행들도 이를 확대 적용하고 있으며, 특히 단일 차주에 집중된 대형 데이터센터 대출을 여러 구간으로 나눠 고위험 부분만 외부로 넘기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이런 구조 변화는 단순한 금융기법 확장을 넘어 자금 조달 방식 자체의 재편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데이터센터 사업은 운영 주체가 제한적이고 프로젝트 규모가 크며 건설 리스크가 높아 기존 분산형 대출 모델과 맞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자금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불확실성도 적지 않다. 데이터센터에 대한 지역사회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정 프로젝트에 수십억달러를 투입하는 구조 자체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내부에서도 대형 단일 프로젝트에 대한 대출 승인 시 리스크 회수 방안을 동시에 요구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앞으로 시장에서는 데이터센터 금융이 전통적 은행 대출에서 사모 신용, 자산유동화증권(ABS), 상업용부동산담보증권(CMBS), 사모채권 등 다양한 채널로 분산되는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투자자 기반 확대가 가능할지와 리스크 프리미엄이 어느 수준에서 형성될지가 향후 금융시장과 AI 인프라 투자 속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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