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 개선 없으면 한국 증시 왜소해질 것”
“사외이사의 주주총회 참여 중요해”
아시아기업거버넌스협회(ACGA)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공식적인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ACGA는 아시아 지역 기업의 거버넌스(지배구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1999년 홍콩에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글로벌 연기금과 국부펀드·자산운용사·글로벌IB(투자은행)·상장사·회계법인 등 101개사가 회원사로 운용자산 총계는 40조달러에 이른다.
28일 아마 길 ACGA 사무총장은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해왔지만 기업지배구조 문제로 밸류에이션(가치평가)는 오히려 정체되거나 하락했다”며 “한국 시장을 향한 외국인투자자들의 회의를 바꾸기 위해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CGA 회원사인 네덜란드연기금(APG)의 박유경 EM주식부문 대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에서 한국의 비중이 10% 미만으로 줄었다”며 “상법 개정을 통한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이 없으면 한국으로 향하는 자금이 줄어들며 증시가 점점 왜소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MSCI 신흥국지수에서 한국의 비중은 과거 20% 가까이에 이르렀으나 종목 편출이 이어지면서 현재는 9%대로 쪼그라들었다.
스테파니 린 ACGA 한국리서치총괄은 “인수합병(M&A)와 기업분리(스핀오프) 등 경영 판단에서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사이에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사회에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일반주주의 이익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어야 이러한 충돌을 해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추진해온 ‘밸류업 프로그램’과 야당의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그램’ 사이에 조율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양 정책 모두 국내 자본시장의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행정부와 입법부가 독자적으로 진행하면서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길 사무총장은 “행정부의 정책과 입법부의 입법 활동인 밸류업과 부스트업 사이의 연계와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 마련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정기주주총회를 조사한 ACGA는 이사회의 참여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내놓았다. 주주총회는 이사가 주주들과 소통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영진을 견제하는 자리인데 IR 담당자 외에 이사를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길 사무총장은 “사외이사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이사들이 주주의 우려사항에 대해 알 수가 없다”며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주주총회 의장을 하거나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질문 기회를 주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