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부능선 넘은 '트럼프 감세안'…배터리·원전 한숨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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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이 22일 새벽(현지시간) 워싱턴DC의 ‘뜨거운 감자’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안인 ‘메가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 전원(214명)이 반대하고 공화당에서도 반대 두 명과 기권 한 명 등 이탈자 총 세 명이 발생한 가운데 만들어낸 박빙의 승리였다. 상원 통과를 남겨두고 있지만 ‘9부 능선’을 넘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노믹스에 탄력이 붙을 수 있게 됐다.

◇ 적자 더 늘어날 듯

공화당 하원 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프리덤 코커스 의장을 맡고 있는 앤디 해리스 의원(메릴랜드)은 이날 표결에서 기권했다. 그는 마지막까지도 이 법안이 재정적자를 줄이지 못한다는 우려를 나타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을 불러 압박한 후 대통령을 존중하는 의미로 반대표 대신 기권표를 던지는 데 머물렀다. 끝까지 ‘반대’를 고수한 같은 당의 토머스 매시 의원(켄터키)은 “법안이 (이름처럼) 아름답다면 새벽에 통과시킬 리 없다”며 이 법이 미래 세대에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 통과 > 미국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을 담은 ‘메가법안’이 하원을 통과한 뒤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 통과 > 미국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을 담은 ‘메가법안’이 하원을 통과한 뒤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수정 과정에서 지출을 더 깎는 내용은 거의 들어가지 않았고 세수를 줄이거나 지출을 늘리는 내용은 여럿 추가됐다. 프리덤 코커스 의원들은 메디케이드 지출을 더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신속한 통과를 원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욕설을 섞어가며 이들의 주장을 제압했다. 주 및 지방세(SALT) 공제 한도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후한 조건으로 추가됐다. 연간 수입이 50만달러 이하인 가정에서 공제 한도는 원래 1만달러였으나 하원 통과안은 4만달러로 급격히 늘어났다. 또 공화당은 올해 1월부터 4년간 태어난 어린이에게 ‘트럼프 계좌’를 만들어 1000달러씩 주겠다는 내용을 막판에 포함시켰다.

펜훠턴예산모델(PWBM)은 원래 이 법안이 10년간 3조3000억달러 적자를 늘릴 것으로 전망했으나 지난 20일에는 SALT 한도 상향 등을 반영하면 적자 규모가 5조8000억달러로 더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것도 SALT 한도를 3만달러로 잡은 것이어서, 통과된 버전대로 4만달러로 수정하면 예상 적자폭은 더 커진다. 상원에서 이 부분이 재조정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 바이든·오바마 지우기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유산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제 혜택은 대폭 삭감됐다. 전기차 같은 청정에너지 차량에 대한 세액공제(7500달러) 혜택은 원래 2032년까지 주는 것이었으나 하원 통과 법안에서는 사실상 2026년 말까지로 6년 앞당겨졌다.

9부능선 넘은 '트럼프 감세안'…배터리·원전 한숨 돌려

국내 배터리 회사들이 주로 혜택을 받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45X) 혜택 종료 시점은 2032년 말에서 2031년 말로 1년 빨라졌다. 원래는 2030년 75%, 2031년 50%, 2032년 25%로 단계적으로 줄어들어서 2033년부터 폐지되는 것이었는데, 이 중 2032년이 25%가 아니라 0%로 바뀌는 것이다.

다만 국내 기업은 더 나쁜 시나리오는 피했다는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화당 내 이견 조율 과정에서 이 시기가 2028년 말까지로 크게 앞당겨질 수 있다고 보도했으나 이런 논의는 실제 반영되지 않았다. 세액공제 금액을 제3자에게 판매할 수 있는 제도는 2027년만 운영 후 종료된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배터리 회사들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환급 절차를 밟지 않고 시장에서 약간의 할인율(3~7%)을 적용해 판매한 뒤 즉각 이익으로 반영해 왔는데 앞으로는 이익 반영 시기가 다소 늦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태양광 및 풍력 등 청정에너지로 생산된 전기에 대한 세액공제 제도는 폐지된다. 국내 태양광 및 풍력 사업자에겐 불리해지는 요인이다. 다만 2028년 말까지 착공한 원자력발전은 예외를 적용하기로 했다. 외국우려기업(FEOC)에 대한 규정이 대폭 강화된 것도 국내 기업의 미국 내 사업 환경에 큰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용범 더리빙스톤그룹 실장은 “중국과의 직접 경쟁을 피할 수 있지만, 국내 기업도 중국산 원자재를 사용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공급망 조정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공화당, 상원 통과가 관건

이제 공은 상원으로 넘어갔다. 상원은 하원안을 뜯어고칠 계획을 벌써부터 세우고 있다. 존 슌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그들(하원)이 매우 섬세한 균형을 맞췄지만, 상원은 거기에 흔적을 남길 것”이라며 “51표(과반 찬성)를 얻을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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