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홀 마법같은 '칩인 버디' 김민주, 강풍 뚫고 생애 첫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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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투어 iM금융오픈 최종R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 우승
초속 8m 바람에도 정확한 샷 뽐내
버디 6개...2타차 5위서 짜릿한 역전
방신실, 퍼팅 아쉬움 속 준우승 그쳐

김민주가 13일 경북 구미시 골프존카운티 선산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iM금융오픈 최종 4라운드 2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김민주가 13일 경북 구미시 골프존카운티 선산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iM금융오픈 최종 4라운드 2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13일 경북 구미시 골프존카운티 선산(파72) 9번홀(파5). 김민주(23)의 티샷이 페어웨이 오른쪽 러프 지역에 솟아있는 나무를 맞고 떨어졌다. 전방 시야가 나무에 가린 탓에 레이업 한 뒤 친 세 번째 샷은 그린 앞 러프에 멈춰 섰다. 핀까지 거리는 약 19m. 4온1퍼트로 마무리해야 타수를 지킬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어프로치샷이 그린에 오른 뒤 굴러가 그대로 컵에 들어갔다. 우승 경쟁에서 멀어질 줄 알았던 김민주가 단숨에 공동 선두로 올라선 순간이었다.

이날 초속 7~8m의 강풍이 몰아친 가운데 김민주는 혼자 다른 코스에서 경기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초반부터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환상적인 칩인 버디로 기세를 올린 김민주가 데뷔 4년 차, 95번째 출전 대회 만에 생애 첫 우승을 거두면서 골프팬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94전 95기’ 데뷔 4년 차에 첫 우승

김민주는 이날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세 번째 대회이자 신생 대회인 iM금융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적어낸 김민주는 공동 2위(12언더파 276타) 방신실과 박주영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섰다. 초대 챔피언에 오른 김민주는 우승상금 1억8000만원을 더해 상금랭킹 3위(1억8913만원)에 올랐다. 대상 포인트 순위도 3위다.

2타 차 단독 5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김민주는 그린 위 깃대가 시종 춤을 출 만큼 강한 바람에도 정확한 아이언샷을 뽐냈다. 1번홀(파4)부터 첫 버디를 잡은 뒤 6번(파5)과 7번홀(파4)에서도 연속 버디를 잡아낸 김민주는 앞서 2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로 올라선 방신실을 1타 차로 추격했다.

9번홀 위기 상황에선 행운도 따랐다. 세컨드샷을 끊어가는 바람에 타수를 잃을 수 있었지만, 칩인 버디로 오히려 한 타를 줄였다. 김민주는 공이 홀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뒤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린 뒤 포효했다.

후반에도 흐름을 이어간 김민주는 10번홀(파5)에서 약 5m 버디퍼트를 떨어뜨려 단독 선두에 올랐고, 17번홀(파3) 보기를 18번홀(파5) 버디로 만회하며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챔피언조의 경기가 끝난 뒤 우승을 확정한 김민주는 “바람이 많이 불어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첫 우승이라는 선물을 받게 돼 너무 행복하다”고 웃었다.

퍼팅에 발목 잡힌 방신실

둘째 날부터 공동 선두에 올라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던 방신실은 가장 중요한 순간 퍼팅에 발목이 잡혔다. 악몽은 전날 3라운드 후반부터 시작됐다. 전반에 버디를 4개나 잡아내며 독주 체제를 구축하는 듯했으나, 후반 들어 짧은 거리 퍼트를 연달아 놓치는 바람에 2타를 잃고 더 달아나지 못했다.

마지막 날에도 비슷한 흐름이 반복됐다. 1번과 3번홀(파4)에서 징검다리 버디로 한때 3타 차 단독 선두에 올랐지만 이후엔 좀처럼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공동 선두를 허용한 9번홀에서 4m 안쪽 거리의 버디퍼트를 놓쳤고, 후반 12번홀(파4)에선 약 4m 파퍼트가 빗나가 박주영에게 공동 2위까지 허용했다. 후반 17번홀에선 약 1.6m 짧은 파퍼트를 놓쳐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다. 방신실은 2023년 10월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에서 통산 2승째를 올린 뒤 1년6개월간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구미=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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