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이루어졌다" 매킬로이, 마스터스 제패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 [마스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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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미국)=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꿈이 이루어졌다.”

로리 매킬로이가 1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89회 마스터스에서 저스틴 로즈를 연장 끝에 물리치고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생애 처음 마스터스를 제패한 매킬로이는 4대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해 남자 골프 역사상 6번째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사진=AFPBBNews)

11년의 도전 끝에 꿈꿔왔던 순간이 마침내 현실이 됐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꿈의 무대’ 마스터스(총상금 2100만 달러)에 17번 도전해 드디어 그린재킷을 입었다. 2014년 디오픈 제패 이후 하나 남은 메이저 우승트로피마저 들어 올리며 남자 골프 역사상 6번째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이뤘다.

매킬로이가 1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제89회 마스터스에서 합계 11언더파 277타를 쳐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와 동타를 이룬 뒤 1차 연장에서 버디를 잡아 생애 처음 그린재킷을 입었다. 프로 데뷔 18년, 마스터스 통산 17번, PGA 투어 통산 263번째 도전 끝에 꿈에도 그리던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로리 매킬로이가 18번홀에서 열린 1차 연장에서 버디 퍼트를 넣어 우승을 확정한 뒤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울고 있다. (사진=AFPBBNews)

10번의 좌절을 이겨낸 불굴의 의지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2011년 US오픈, 2012년 PGA 챔피언십, 2014년 디오픈 우승 이후 지난해까지 10번의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골프의 전설이 되기 위한 길은 험난함의 연속이었다. 숱한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만, 마스터스에서는 늘 들러리였다. 2015년 4위, 2018년 공동 5위, 2020년 공동 5위, 2022년 준우승에 머물러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 사이 메이저 우승트로피도 추가하지 못했다.

지난해 US오픈에선 쓰라린 패배의 아픔도 경험했다. 10년 만의 메이저 우승을 눈앞에 뒀던 매킬로이는 18번홀에서 70cm 파 퍼트를 놓치면서 우승트로피를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에게 내줬다. 경기 뒤 매킬로이는 언론의 질문도 받지 않고 자리를 떠 당시의 참담함을 대변했다. 한동안 휴대폰을 꺼놓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연속된 좌절과 트라우마처럼 남은 퍼트 불안을 회복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매킬로이는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올해 2월 AT&T 페블비치 프로암과 3월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정상에 올라 건재함을 과시했다.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의 기대도 다시 커졌다. PGA 투어 출신이면서 방송 해설가로 활동 중인 폴 맥긴리(미국)는 “매킬로이가 진화했다”며 “올 시즌 PGA 투어 두 차례 우승으로 더 큰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매킬로이가 이루려는 목표에 점점 다가서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의 전설’들도 매킬로이를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았다. 게리 플레이어(남아프리카공화국)는 “매킬로이가 우승할 것”이라고 했고, 톰 왓슨(미국)은 “올해는 매킬로이라는 느낌이 온다”고 언급했다. 마스터스 통산 6승의 잭 니클라우스(미국)도 “두 사람과 생각이 같다”며 매킬로이의 우승을 예상했다.

로리 매킬로이가 18번홀에서 진행된 1차 연장에서 우승을 확정하는 버디 퍼트를 홀에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역전, 재역전, 연장 끝에 마침내 그린재킷 주인공

2타 차 선두로 마스터스 최종일 경기에 나선 매킬로이는 반전에 반전의 드라마를 썼다. 1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하면서 2위였던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에서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2번홀(파4)에선 1타 차 2위로 내려왔다. 마스터스 우승과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꿈이 물거품되는 듯했다.

3번홀(파4)에서 다시 1타 차 선두를 되찾았다. 4번홀(파3)에서 3타 차 선두로 앞섰다. 9번과 10번홀(이상 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낸 매킬로이는 4타 차 선두가 돼 다시금 우승의 기대를 부풀렸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가장 공략이 까다롭다는 ‘아멘코너’의 덫에 빠졌다. 11번홀(파4) 보기에 이어 13번홀(파5)에선 더블보기를 하며 흔들렸다. 다음 14번홀(파4)에서 또 1타를 잃어 이날 5타를 줄인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와 공동선두가 됐다.

15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다시 1타 앞섰다. 로즈가 18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고 공동선두로 먼저 경기를 끝냈다. 매킬로이는 17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해 다시 1타 차 선두가 됐다. 그러나 18번홀(파4)에서 보기를 해 승부가 연장으로 이어졌다. 18번홀에선 1.2m 파 퍼트를 놓쳐 지난해 US오픈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18번홀에서 이어진 1차 연장에서 정규라운드 18번홀과 같은 상황이 이어졌다. 로즈는 3m 버디, 매킬로이는 1.2m 버디를 남겼다. 로즈의 퍼트가 빗나갔고, 매킬로이는 퍼트를 넣은 뒤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매킬로이는 “그린재킷을 입기까지 알 수 없는 순간의 연속이었고 쉽지 않았다”며 “오늘은 내가 골프코스에서 보낸 가장 힘든 날 중 하루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순간 흘린 눈물은 적어도 11년 동안 억눌렀던 감정이었다”면서 “2014년 8월 이후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짐을 짊어지고 왔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는 자유로워졌다”고 털어놨다.

남자 골프 역사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진 사라젠(1935년) △벤 호건(1953년) △게리 플레이어(1965년) △잭 니클라우스(1966년) △타이거 우즈(2000년)에 이어 매킬로이가 6번째다. 우즈 이후 25년 만이다.

매킬로이는 “정말 영광스럽고 감격스럽고, 나 자신을 마스터스 챔피언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이 순간으로 그 모든 세월과 모든 아슬아슬한 순간을 가치 있게 만들었다”고 기뻐했다.

매킬로이는 이번 대회에서 나흘 동안 이글 3개에 버디 18개, 더블보기 4개, 보기 5개를 적어냈다. 마스터스 역사에서 72홀 동안 더블보기 4개 이상 기록하고 우승한 최초의 선수다. 우승상금으로 420만 달러를 받았고, PGA 투어 통산 상금을 1억 424만6906달러(약 1492억 원)로 늘렸다. 올해 번 상금은 1325만 7558달러(약 190억 원)다.

마스터스 전통에 따라 지난해 우승자 스코티 셰프러(오른쪽)이 올해 우승을 차지한 로리 매킬로이에게 그린재킷을 입혀주고 있다. (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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