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2024년 담배시장 동향’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팔린 담배는 35억3000만갑입니다. 궐련담배(연초)와 궐련형 전자담배를 포함한 수치입니다. 2023년(36억1000만갑)보다 담배가 8000만갑 정도 덜 팔렸습니다.
지난해 담배로 거둬들인 세금(제세부담금)은 11조7000억원인데요, 2023년 제세부담금(11조7000억원)과 같은 액수입니다.
담배가 1억갑 가까이 덜 팔렸는데 왜 국가가 걷은 세금은 비슷할까요? 안 팔렸으니 그만큼 세금도 줄어야 하는게 아닐까요?
전자담배 선호도 상승의 나비효과
이유는 담배에 세금을 매기는 구조에 숨어있습니다. 현행법상 담배는 판매량이 아닌, 반출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합니다. 즉 가게에서 팔릴 때의 기준이 아니라 공장에서 제품이 나갈 때의 총량이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됩니다.
판매량이 아닌 반출량을 비교해볼까요. 2024년 담배 반출량은 35억9000만갑입니다. 반면 2023년 반출량은 35억8000만갑입니다. 그렇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반출량이 전년 대비 1000만갑 가량 늘었으니 오히려 세금이 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생깁니다.
여기서 추가로 살펴봐야 할 통계가 바로 담배 종류별 반출량입니다. 담배는 크게 궐련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로 구분됩니다. 2023년 반출량은 궐련이 29억6000만갑, 전자담배가 6억2000만갑입니다. 반면 2024년 반출량은 궐련이 29억1000만갑, 전자담배가 6억8000만갑입니다. 궐련은 5000만갑 준 대신 전자담배가 6000만갑 늘어난 것이 핵심입니다. 전자담배에 붙는 세금은 궐련에 붙는 세금보다 낮기 때문입니다.
기재부에 따르면 궐련에 매기는 세금은 1갑당 3323원, 전자담배에 매기는 세금은 3004원입니다. 전자담배에 붙는 세금이 320원 가량 낮습니다. 다시 말해 반출량 중 전자담배 비율이 늘어날 수록 전체 세금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소비자들의 전자담배 선호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전체 담배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자담배가 처음 시장에 등장한 2017년만 해도 2.2%에 불과했습니다. 지난해는 이 비중이 18.4%까지 늘어났습니다.
이런 이유로 담배 반출량이 1년새 1000만갑 늘었지만 나라가 걷어간 세금은 전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덩달아 주목받는 합성니코틴
전자담배 선호도가 높아진다면 세제당국 입장에서는 고민거리가 하나 생기게 됩니다. 바로 세금 수입입니다. 정부는 지난 2년 연속 수십조원대 ‘세수 펑크’를 냈습니다. 올해 얼마만큼의 세금이 걷힐 것이라고 예상하고 우리나라 가계부를 짰는데, 원래 전망치보다 수십조원이나 덜 들어오는 일이 2년 연속 벌어진 겁니다.
게다가 유례없이 빠른 속도의 고령화로 우리나라 세수는 그 기반 자체가 약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계부를 짜야하는 입장에서는 조금의 세수라도 중요하겠죠.
이러한 맥락에서 주목받는 이슈가 있습니다. 바로 ‘합성니코틴 규제’입니다. 우리나라 현행법상 합성니코틴은 담배로 규정돼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도 살 수 있고, 학교 근처에서도 팔고, 세금도 떼가지 않습니다. 세금이 안 붙으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학생들이 또다시 손을 뻗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중입니다.
하지만 합성니코틴은 일반 담배만큼이나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합성니코틴에 들어 있는 유해물질 함량이 연초보다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만약 합성니코틴이 규제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면, 세수 역시 걷히게 되겠죠.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합성니코틴 과세시 연간 추가로 걷힐 수 있는 제세부담금은 약 9300억원에 달합니다. 지금 걷히고 있는 제세부담금의 약 10% 가량을 더 걷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해당 내용을 담은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에 가로막혀 있는 중입니다. 정부에서도 해당 법안 통과를 위해 국회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