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파면에 탄핵 반대 집회 해산-취소…헌재 주변 ‘진공상태’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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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 것 같아요.”(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

“말이 안 돼. 믿을 수 없어요.”(윤 전 대통령 지지자)

4일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주문을 읽자 대통령 지자자들과 반대 진영의 희비는 엇갈렸다. 하지만 우려했던 시위대 간 물리적 충돌이나 헌재 난입은 벌어지지 않았다.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은 빠르게 철수했고, 대통령 지지자들도 여기 저기서 분통, 울음을 터뜨리긴 했지만 별다른 폭력 행위 없이 집회 현장을 떠났다.

● ‘망연자실’ 尹 지지자들, 큰 충돌 없이 해산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 열린 탄핵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2025.04.04. [서울=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 열린 탄핵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2025.04.04. [서울=뉴시스]
이날 오전 11시 22분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말하는 순간 양측 집회 참가자들의 표정은 엇갈렸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선 울음 섞인 고성과 욕설이 쏟아졌다. “으아아아”하는 절규와 통곡으로 집회 현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다리에 힘이 풀려 쓰려진 이들도 있었다. 문 권한대행 등 헌재 재판관을 향한 비속어가 쏟아졌다. 오전 11시 40분경엔 안국역 근처에서 방독면을 쓴 윤 전 대통령 지지자가 철제봉으로 경찰 차량 뒷유리를 내리쳐 부숴 공용물건손상 등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한순간 감정이 격해졌던 시위대는 소수 의견 없이 ‘8 대 0 만장일치 파면 결정’이라는 뉴스에 빠르게 해산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의 집회는 오전 11시경 참가자가 1만 3000명이었지만 선고 이후 오후 2시에는 4000명 아래로 내려갔다.

일부 보수 단체는 토요일 예고한 탄핵 반대 집회를 취소했다. 보수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는 5일 여의대로 일대에서 2만 명이 모이겠다고 예고한 집회를 취소했다. 세이브코리아는 “대한민국의 일원으로서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 탄핵 촉구 집회는 서울, 광주, 대구 등서 ‘환호’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선고일인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이 탄핵이 인용되자 기뻐하고 있다. 2025.4.4/뉴스1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선고일인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이 탄핵이 인용되자 기뻐하고 있다. 2025.4.4/뉴스1
탄핵 촉구 시위 현장에서는 환호가 쏟아졌다. 문 권한대행이 파면 주문을 읽는 순간 안국역 일대에 돗자리 등을 깔고 뉴스를 지켜보던 시위 참가자 1만5000여명은 일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을 흘리고 함성을 질렀다. 시위 진행자가 “주권 시민의 승리입니다”라고 외치자 “대한민국 만세” “주권 시민 만세” 등 구호가 나왔다.경기 수원시에서 온 권영길 씨(35)는 “윤석열의 파면은 이 나라에 민주주의가 아직 살아있다는 의미”라며 기뻐했다. 집회 현장에서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거북이의 ‘빙고’ 등의 노래가 흘러나왔고 참가자들은 떼창을 하거나 춤을 추기도 했다.

지방에서는 광장 등에서 모여 선고 생중계를 지켜본 시민들도 있었다. 광주 동구 금남로 5·18 민주광장에 모인 시민 1000여 명은 “민주주의를 지켰다”며 함성을 질렀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광주비상행동)은 파면 선고 이후 5·18 당시 신군부 헬기 총격자국이 남아있는 전일빌딩 외벽에 ‘지켰다 민주주의! 고맙다 광주정신!’이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윤유식 씨(61)는 “5·18을 경험한 광주 시민으로서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지 않는다면 5·18 당시로 돌아간다는 걱정을 했다”며 눈물을 닦았다.

대구 중구에서도 ‘윤석열 파면 대구시국회의’ 주최로 열린 집회에서 20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파면 결정을 환영했다. 김모 씨(29)는 “파면한다는 결정을 듣고 나도 모르게 고함을 쳤다. 그동안 애가 탔었는데, 헌재가 결국 국민의 뜻을 받아 올바른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과 지방에서 별다른 폭력 시위가 발생하지 않은 덕분에 대중교통도 빠르게 정상화됐다. 한때 ‘갑호비상’까지 발령하며 긴장했던 경찰도 경계를 풀고 이날 오후 6시 ‘을호비상’으로 경계 단계를 하향했다. 안국역 일대, 광화문, 한남동에 배치된 경찰차와 경찰 버스, 방호벽, 차벽은 이날 오후 해체됐고, 무정차 통과했던 지하철역들도 다시 정상 운영됐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조승연 기자 cho@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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