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뉴타운’이라 불리는 재정비촉진지구는 낙후 지역을 단번에 아파트촌 등으로 바꾸는 대규모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다. 민간 주도로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일반적인 재개발과 구별된다.
최근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뉴타운에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투자 대안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마포·성동 등 한강 벨트도 매수 부담이 커졌다. 뉴타운은 한 단지만 새로 지어지는 게 아니라 동네 전반의 주거 환경이 달라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안전한 투자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동네가 바뀌면 집값도 쑥
뉴타운은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 때 처음 도입했다. 낙후된 주거 환경을 정비하고,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선 기존 소규모·민간 주도 재개발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서울시는 2002년 은평·길음·왕십리 뉴타운을 시범지구로 지정했다. 2007년까지 35개로 늘렸다. 경기, 부산, 대전 등도 뉴타운 재개발을 받아들였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사업성 저하, 투기, 지역 커뮤니티 파괴, 저조한 원주민 재정착률 등이 문제로 지적되며 규모가 축소되기도 했다.
지금은 재정비촉진지구가 공식 명칭이다. 2006년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으로 체계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해 기존 뉴타운을 재정비촉진지구로 전환했다. 지난달 기준 서울은 31개 지구에서 112개 재정비촉진 사업이 진행 중이다.
마포구 아현동·염리동 일대 ‘아현 뉴타운’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산동네였던 곳이다. 일제 강점기 때 도시 미화를 명목으로 식민 정부가 빈민들을 이곳에 강제 이주시켰다. 해방과 급속한 산업화 과정 속에 서민들이 모여들었고, 좁은 골목과 낡은 집이 가득 채웠다.
2003년 뉴타운 지역으로 지정돼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2014년 준공), ‘마포자이 더 센트리지’(2018년),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2021년), ‘마포 더 클래시’(2023년) 등이 들어서면서 인기 주거 지역으로 떠올랐다. ‘대장 단지’로 꼽히는 프레스티지자이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15일 역대 최고가인 18억9000만원(15층)에 거래됐다. 84㎡도 지난달 25일 최고가인 24억7000만원(15층)에 손바뀜했다.
이문동·장위동 아파트촌으로
비슷한 일이 동대문구 이문동 일대 ‘이문·휘경 뉴타운’에서 벌어지고 있다. 노후 연립주택으로 가득했던 동네가 아파트촌으로 변했다. ‘래미안 라그란데’(2025년 1월 준공·3069가구), ‘휘경자이 디센시아’(2025년 6월·1806가구), ‘이문 아이파크 자이’(2025년 11월·4321가구) 등이 들어선다. 수도권 전철 1호선 외대앞역이 가까운 휘경자이 디센시아 전용 59㎡는 분양가보다 3억원 가량 웃돈이 붙은 10억원 수준에 분양권이 거래되고 있다. 주변 기존 단지보다 비싸지만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
동대문구엔 ‘장위 뉴타운’도 있다. ‘장위자이 레디언트’(2025년 3월·2840가구),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2027년 3월·1637가구)가 추가된다. 기존 ‘래미안 장위 퍼스트하이’(2019년·1562가구), ‘래미안 장위 포레카운티’(2019년·939가구), ‘꿈의숲 아이파크’(2020년·1711가구)와 더불어 아파트촌을 형성한다.
수도권은 경기 광명 광명동·철산동 일대 ‘광명 뉴타운’이 대표적이다. ‘트리우스 광명’(2024년·3344가구),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2025년·3804가구), ‘광명 센트럴 아이파크’(2025년·1957가구), ‘광명 자이더샵포레나’(2025년·3585가구), ‘철산자이 브리에르’(2026년·1490가구) 등 2027년까지 1만7849가구가 입주한다. 대규모 입주에 집값이 약세지만 지난달 기준 3.3㎡ 중위 매매가는 3067만원으로 인접한 서울 금천구(2490만원)나 구로구(2675만원)보다 높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광명의 주거 환경이 인근 서울 자치구보다 좋게 평가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 뉴타운’, 동작구 ‘노량진 뉴타운’도 입주가 한참 멀었지만 한강변에 도심과 가까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오래된 지역이 새 지역으로 바뀌는 만큼 좋아질 수밖에 없다”며 “기본적으로 재개발이기 때문에 입지와 사업 진행 속도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