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수도권에 모든 자원과 인재, 자본이 집중되는 ‘일극 체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구상은 전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한 국가전략이다. 수도권, 충청권, 동남권, 대경권, 호남권의 5극과 강원, 전북, 제주 등 3개 특별자치도가 3특이다. 이 구상은 수도권 일극 체제를 해소하고 전국이 자립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국가균형발전 전략이다.
5극 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은 교통확충과 연계해야 한다. 그 진정성을 보여줄 시험대는 새만금 국제공항이다. 전북과 서해권이 국가 경제 지형 속에서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도약하려면 새만금 국제공항의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재생에너지 기반 산업단지, 첨단 물류, 스마트 모빌리티 클러스터를 포괄하는 ‘녹색 성장 플랫폼’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새만금은 RE100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다. RE100은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한다는 의미다. 수도권은 이미 전력망이 포화 상태이며 재생에너지 비율도 낮다. 반면 새만금은 태양광 풍력 등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제 친환경 전력 발전 인프라가 없는 곳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데이터센터, 반도체 후 공정, 배터리 리사이클링, AI 연산센터 같은 에너지 집약형 산업을 위치하려면 재생에너지 기반이 필수다. 새만금은 이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여기에 공항이라는 물류 관문이 결합되면, ‘RE100 산업단지 + 공항 물류’라는 새로운 조합이 완성된다.
이는 전북이 단순한 지역 경제권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새만금은 공항을 중심으로 산업, 물류, 연구, 교육 기능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공항경제권’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 공항 배후단지에 글로벌 첨단 기업을 유치하고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저탄소 생산 및 수출 가공 산업을 지원한다면, 수도권에 집중된 글로벌 공급망의 일부를 서해권으로 이동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금도 새만금 산업단지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 투자 결정을 내리기 위해 요구하는 조건은 단순한 세제 혜택이나 입지 조건이 아니다. 그것은 글로벌 연결성, 특히 수출입 물류의 신속성과 네트워크 접근성이다. 따라서 새만금 국제공항은 산업단지 경쟁력을 높이는 필수 구성요소이자, 전북의 경제 생태계를 재편할 유일한 열쇠다.
정책적으로는 ‘새만금 국제공항 경제권 특별법(가칭)’ 제정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RE100, 전력 PPA 허용, 재생에너지 송전 특례, 외국인 투자 세제, 규제 완화 등을 패키지화한다면 다목적 복합 거점으로 차별화될 수 있다. 이는 수도권이 제공하지 못하는 가치이고 전북특별자치도가 독자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영역이다. 새만금이 이 도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한다면, 대한민국은 수도권 일극 체제를 넘어 다 극화된 균형 발전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것이고 대한민국 서해안 축은 ‘녹색 항공·산업 허브’로서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게 될 것이다.
이호진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직무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