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일 무단 결근했는데..."해고는 과하다" 판결에 '분통'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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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자 아닌데 55일 무단결근한 노조 간부
월급도 그대로 수령...결국 징계 해고
법원 “정당한 활동 아냐" 인정하면서도
"회사가 55일이나 적발 못한 것도 문제" 지적
전문가들 "사내 관리 책임 따지는 판결 늘어
.평소 근태관리 중요성 인지해야" 조언

55일 무단 결근했는데..."해고는 과하다"는 법원에 '분통'[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노조 전임자도 아니면서 단체교섭에 참여하겠다며 두 달 가까이 출근하지 않은 간부를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회사의 근태 관리가 부실했다는 이유에서다.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지난달 현대제철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노조 전임자도 아닌데...두달 출근 안 해

B씨는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근무하던 기술 선임으로, 2021년 금속노조 충남지부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정식 전임자(근로시간면제자)나 임시 상근자 지위는 회사로부터 부여받지 않았다. 2021년 노사합의에 따라, B씨 대신 노조 부위원장이 전임자 대우를 받기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B씨는 2023년 4월부터 8월까지 약 4개월 동안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소속 지회가 B씨를 포함한 교섭위원 명단을 회사에 통보하며 ‘교섭위원 처우’를 요청한 뒤였다. 하지만 회사는 B씨의 전임자 지정 요청을 공식 승인하지 않았다.

현대제철은 감사에 착수한 뒤, 무단결근 55일, 부당 임금 수령 약 2000만원, 허위 근태관리 등 3가지 사유로 징계를 의결하고 B씨를 해고했다. B씨는 이에 대해 “교섭위원 처우를 요청했지만 (회사로부터)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지 못했고, 근태도 중요하지만 지부장으로서의 업무가 더 중요하고 노사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해고 후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초심에서는 회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중노위가 이를 번복해 “해고는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현대제철은 중노위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근태 관리 못한 회사도 잘못"

재판부는 B씨의 무단결근 사실은 인정했다. B씨가 주장한 ‘임시 상근자’나 ‘무급 전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다. 법원은 “근무시간 중 조합활동을 일부 허용하는 단협 규정은 일시적·예외적 활동을 허용하는 조항으로 '장기 전임'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무단결근과 부당하게 임금을 수취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봤다.

하지만 법원은 해고 자체는 과중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근태관리자들이 작성한 근태현황만 신뢰해 무려 4개월에 이르는 동안의 무단결근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회사의 관리 책임도 지적했다. 이어 “회사가 근태 현황을 면밀히 확인·점검했다면 매우 손쉽게 무단결근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무단결근이 개인적인 일탈, 불성실 등의 사유로 이뤄진 게 아니라, 근로자의 권익 개선을 위한 단체교섭 위원으로 활동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며 “막연히 무단결근 일수가 55일의 장기간이라는 점을 들어 비위가 중하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봤다. 단협 해석이 모호하고, 회사가 교섭 위원 처우 요청에 대해 명확한 불가 통보도 하지 않은 점이 혼선을 키웠다는 점도 참작했다.

고용부는 지난 2023년부터 ‘노사 법치주의’를 내걸고 노동조합 전임자 시간면제와 급여 지급 실태를 전수조사하는 등 노동조합법 위반 사례에 대해 엄정 대응을 천명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 전임자 법적 한도를 초과해 전임자를 인정해 준 회사와 노조 전임자를 자처하며 무단 결근을 하는 등 근무를 태만히 한 노조 간부들이 대거 적발했다.

하지만 정작 이와 관련된 징계 관련 소송이 벌어지면, 회사의 과거 근태 관리를 문제 삼으며 일부 책임을 회사에 전가하는 법원 판단이 늘고 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사용자 측이 근태를 명확히 기록하고 통보하지 않으면 설령 장기 무단 이탈이 있어도 징계의 정당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잘 나타내는 사례"라며 "장시간 관행에 맡겨져 온 노조 전임자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직원에 대한 근태관리를 철저히 시스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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