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직종에 취업을 준비 중인 A 씨(여·20대)는 하루에도 여러 기업에 지원서를 낸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서 기업 분석, 문항 파악, 글 구성까지 생성형 AI(인공지능)를 적극 활용한다. 예전에는 며칠씩 걸리는 일들이었다. AI 도움 없이 작성했을 때보다 시간은 덜 들고, 결과물의 완성도는 훨씬 높아졌다.
취업시장도 AI가 지배하는 시대가 됐다. 입사 지원 시 AI 도움을 받은 자기소개서(자소서)를 제출하는 비중은 1년 반 새 9배 이상 증가했는데, 이를 두고 취업준비생(취준생)과 기업 간의 견해가 갈리고 있다.
취준생들은 AI를 잘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역량‘이라고 보는 반면, 일부 기업은 독창성 결여 등을 이유로 감점이나 불합격 처리까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준생 10명 중 9명 ‘자소서에 AI 활용‘
지난 12일 AI 기반 표절검사 서비스 ’카피킬러‘를 운영하는 무하유가 발간한 ’AI 자기소개서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제출된 자소서 중 70% 가량이 AI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23년 하반기 AI 자소서 비율(7%)보다 9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지난달 9일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구직자 201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1%가 자기소개서 작성 시 AI를 활용한다고 답했다. 취업준비생 10명 중 9명은 AI를 활용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요즘 취업준비생들은 AI를 단순한 ‘편법’이 아닌, 하나의 ‘활용 능력’이자 ‘전략적 도구’로 인식하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캐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AI 자소서 ‘판별 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한지 묻자 33%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44%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도입 반대 이유로는 ‘AI 활용도 역량이다’라는 답변이 전체의 5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기업은 창의성 부족 이유로 감점·불합격 처리도
하지만 기업들의 인식은 달랐다. 2024년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기업 채용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64.1%는 챗GPT로 작성된 자기소개서에 대해 ‘독창성과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또 이를 확인할 경우 감점 또는 불합격 등 불이익을 주는 사례가 존재한다고 발표했다.
기업들은 향후 AI 자소서 판별 역량을 강화하겠다(51.1%)거나, 다른 전형 요소의 비중을 높이겠다(41.0%)고 응답했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AI로 작성된 자기소개서를 탐지하는 기술을 점차 도입하고 있다.
자기소개서 AI 활용 여부를 탐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무하유’에 따르면, 2022년 기준 LG전자·롯데·KB국민은행·한국투자공사·공무원연금공단 등 약 270개 기업이 해당 서비스를 채용 과정에 도입했다.
“서류 평가 비중 줄이고 실제 역량 검증해야”
AI 기술이 취업시장에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은 것을 받아들이되, 기업은 지원자의 실제 역량을 검증할 수 있는 새로운 평가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학계는 조언한다.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이경상 교수는 한국 다수의 구직자가 챗GPT 등을 활용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그 중 상당수가 서류전형에 합격하고 있어, 더 이상 자기소개서가 신뢰성 있는 지표가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현재 채용 방식의 개선 방향으로, 서류 평가 비중을 줄이고 지원자의 실제 역량을 직접 검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그는 “채용은 과제 기반 평가, 워크 샘플(work sample) 테스트, 코딩 테스트 등 ’스킬 기반 채용 Skills-based Hiring‘으로 이동해야 하며, HR(인사관리)은 새로운 평가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황수영 인턴기자·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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