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끄란 축제를 며칠 앞둔 시점이었다. 상점마다 물총을 내걸고 판매하고 있었고 가게 곳곳 처마에 리본과 화환을 걸기 시작했다. 수라웡거리 역시 방콕이 일 년 중 가장 들썩이는 시간을 맞고 있었다. 그 한복판에 IHG 호텔스 & 리조트가 올해 1월 문을 연 보코 방콕 수라웡(voco Bangkok Surawong)이 있다. IHG 프리미엄 브랜드 보코의 태국 첫 호텔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세상이 조용해진다.

50년 역사를 간직한 건물… 가장 현대적인 모습으로 등장한 호텔보코 방콕 수라웡이 자리한 건물의 나이는 50년이 넘는다. 원래 방콕 최초의 쉐라톤 호텔로 출발했고, 이후 여러 차례 운영사가 바뀌었다. 보코로 전환되기 직전에는 타와나 호텔(Tawana Hotel)이라는 이름으로 태국 현지 가문이 운영했다. ‘수라웡’이라는 도로명 자체가 그 가문 조상의 이름에서 유래했을 만큼, 이 건물과 이 일대는 깊이 얽혀 있다.새 소유주가 건물을 인수하고 IHG에 운영을 맡기면서 보코를 선택했다. 리노베이션은 환기, 공조, 전기, 배관 등 기계 설비 전체를 교체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외벽의 기하학적 선과 구리 톤 파사드는 건드리지 않았다.건물 정면을 감싸는 구리 톤 파사드도 원래 색을 계승했다. 과거를 지우지 않고 그 위에 현재를 얹었다는 게 이 건물을 처음 봤을 때 드는 인상이다.
외관은 태국의 수상 건축사무소 A49가, 인테리어는 P49 Deesign이 맡았다. 선택한 컨셉은 미드센추리 모더니즘이다. 50년 된 건물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방향이다. 원형 펜던트 조명, 정방형 천장 패턴, 원목 톤과 브랜드 시그니처 컬러인 그린·블루·옐로가 로비부터 객실까지 일관되게 이어진다. 복고적인데 낡지 않고 현대적인데 차갑지 않다.
호텔은 총 244개 객실에 스위트룸 7개가 있다. 부대시설로는 수영장, 24시간 피트니스, 온센 스파, 200명 수용 볼룸과 회의실 4개가 있다.


세 마리 새가 나눠 맡은 공간들
보코에는 마스코트 새가 세 마리 있다. 핀치(Finch), 올빼미(Owl), 플라밍고(Flamingo)다. 각각 환영(Come On In), 나만의 시간(Me Time), 보코 라이프(voco Life)를 상징한다. 처음엔 귀여운 브랜딩 장치처럼 보이는데, 호텔 안을 실제로 돌다 보면 이 세 마리 색깔이 각각 잘 드러난다.
핀치는 천성적으로 사교적인 새다. 체크인 카운터 주변, 객실 카드, 도착 동선 곳곳에 핀치가 있다. 격식 없이 반기는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이다. 마침 방문 시점이 송끄란 시즌이어서 태국 예술가와 협업해 재활용 소재로 만든 축제 모자를 쓴 핀치 피규어가 로비 한켠을 지키고 있었다. 계절마다 새 옷을 입는다고 한다.
올빼미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새다. 객실 경험 전반이 이 철학으로 설계돼 있다. 방콕 대부분의 호텔이 인스턴트 커피 봉지를 비치하는 것과 달리 스탠다드 객실에도 기기 드립 커피가 있다. 원두는 태국 북부 고원지 현지 브랜드다. 그랜드룸 이상에는 커피 머신이 추가된다. 아메니티는 뉴질랜드 인증 유기농 브랜드 안티포드스(Antipodes)로 전 세계 보코 공통이라고 한다. 침대 매트리스 헤드는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었고 창가엔 독서용 소파, 벽엔 현지 예술가 작품이 걸려 있다. 조식도 레스토랑 대신 침대에서 받을 수 있다. 플라밍고는 사교적이고 화려한 새다. 덱클스모크하우스와 루프탑 풀 덱, 타스카 사비오까지 식음 공간 전반을 이끈다. 아침 커피 한 잔부터 저녁 칵테일까지, 하루의 즐거운 순간들을 채우는 공간들이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오래 머문 곳도 결국 플라밍고가 이끄는 자리들이었다.
미식의 도시 방콕에서 맛보는 텍사스 바베큐와 스페인 타파스
방콕은 원래 밖에 나가서 먹어야 하는 도시다. 골목 한 켜만 들어가도 노점이 즐비하고 현지인들이 줄 서는 식당이 어디든 있다. 그런 도시에서 호텔 레스토랑을 굳이 찾을 이유는 많지 않다. 그런데 보코 방콕 수라웡은 밖에 나가지 않아도 아쉽지가 않다. 로컬 맛집 이상의 만족감을 호텔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 덱클스모크하우스(Deckles Smokehouse)는 태국 전체에서 두 대뿐인 미국산 요더(Yoder) 스모커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훈연을 강하게 밀어붙이기보다는 재료 맛을 살리는 쪽에 가깝다. 시그니처인 스모크드 치킨 콥 샐러드가 대표적인데, 무겁지 않으면서도 기본기가 안정적이다. 스모크하우스 레스토랑이 올데이 다이닝 대표 식당으로 자리한 것은 이 음식의 완성도 덕분이다.
아침 조식도 이곳에서 운영되는데, 분위기가 밤과는 전혀 다르다. 정갈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기본적으로 뷔페 형식이지만 따뜻한 메뉴는 주문 방식이라 완성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커피는 태국 북부 고원지 원두를 쓰는 현지 브랜드에서 조달한다고 한다.
저녁에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바 팀이 운영하는 칵테일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날은 시그니처 칵테일인 ‘파이브스파이스 포테이토(Five Spice Potato)’를 만들어봤다. 시나몬·스타 아니스·정향 등 태국 향신료에 리치·라임·레드 와인 리덕션을 블렌딩한 칵테일이다. 베이스는 태국 현지 스피리츠. 알코올 버전과 목테일 버전 모두 향신료 레이어가 살아 있다.


또 하나의 레스토랑은 스페인 요리를 중심으로 하는 타스카 사비오(Tasca Sabio)다. 덱클스모크하우스와 결이 다르다. 타파스 스타일 스몰 플레이트와 산그리아가 중심이고, 여럿이 모여 접시를 나누는 자리에 최적화되어 있다. 메뉴 구성이 가벼워 보이지만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문이 이어진다. 올리브 오일 사용이나 빵 상태처럼 기본적인 부분에서 완성도가 드러난다. 두 레스토랑이 같은 호텔 안에 있으면서도 성격이 겹치지 않는다는 게 이 호텔 식음 구성의 강점이다.
이동의 중심 수라웡에 위치한 호텔… 야시장부터 마사지샵까지 도보권에
수라웡 로드는 실롬 상업지구, 살롬 비즈니스 벨트, 씨암 쇼핑 허브 한가운데 있다. BTS 충나시역까지 걸어서 가고, 룸피니 공원·야시장·강변도 도보권이다. 마사지샵도 호텔 맞은편 줄지어 있었다.
다만 실제로는 호텔 밖으로 자주 나가게 되지는 않았다. 내부에서 시간을 보내는 데 아쉬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식음이나 수영장, 호텔 내부의 프로그램으로도 방콕을 즐기는 데 충분했다.

총지배인 왈리드 우에지니(Walid Ouezini)는 오픈 준비 단계부터 호텔에 합류했다. 튀니지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시작해 싱가포르 6년, 자카르타·말레이시아·몰디브를 돌아 이 자리에 왔다고 한다. 브리핑 중에 동남아 각지를 다니면서도 방콕은 늘 와보고 싶었다고 했다. 직원들에게 자연스러운 고객 응대를 강조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직원 응대는 과하게 정형화된 느낌이 없다. 필요한 부분은 설명하고 나머지는 과하게 개입하지 않는 쪽에 가까웠다.보코 방콕 수라웡은 5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방콕 이지 이스케이프(Bangkok Easy Escape)’ 패키지를 한정 운영한다. 2박 3일 상품으로 디럭스 룸 숙박과 2인 조식(레스토랑 또는 객실 선택), 오후 2시 레이트 체크아웃이 기본이다.

여기에 ‘보코 익스피리언스 키트’가 더해진다. 웰컴 칵테일 또는 목테일, 시그니처 보코 백, 안티포드스 립 모이스처라이저·핸드크림, 필로우 미스트, 마스코트 플러시 인형, 개인 맞춤 배스로브, 샤워 스티머 세트, 컬러링 카드가 포함됐다. IHG 공식 홈페이지(IHG.com)를 통해서만 예약 가능하다고 한다.
한편, 보코 호텔스(voco hotels)는 2018년 론칭 이후 전 세계 100여 개 도시에서 빠르게 확장 중인 IHG의 프리미엄 브랜드다. 국제 체인의 안정성과 개별 호텔의 개성을 함께 가져가는 것이 특징이다.
보코 방콕 수라웡은 태국 최초의 보코 호텔이다. 방콕은 연간 약 300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 도시로, 동시에 교통 체증과 밀집도가 높은 곳이기도 하다.
그런 환경 속에서 보코 방콕 수라웡 호텔은 속도를 늦추는 체류 방식을 제안한다. 바쁘게 움직이는 대신 한곳에 머무르는 경험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방콕의 또 다른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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