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투자 권유해 돈 가로채기도
솜방망이 처벌, 도덕적 해이 불러
일선 영업점에서 현찰을 빼돌리거나, 허위 투자를 권유해 돈을 가로채기까지…. 금융인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일부 금융사에서는 금융사고가 발생했지만, 수위가 낮다는 이유로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온정주의 속에 금융 사고는 역대 최대치로 불어났습니다.7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금융권 금융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21년∼2025년 4월 사고액은 7717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에는 3596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습니다.
해당 기간(2021년∼2025년 4월) 업권별 사고액은 은행이 4403억 원(57.1%), 증권이 2475억 원(32.1%), 저축은행이 535억 원(6.9%), 카드 193억 원(2.5%), 생명·손해보험 111억 원(1.4%) 순이었습니다. 사고 유형별로는 건수 기준 횡령·유용(41.9%, 140건)이 가장 많았습니다.
지난해 횡령 세부 명세를 들여다보면 은행원의 현금 시재(보관 현금) 횡령은 물론이고 대출금 횡령과 고객 예금을 횡령한 사례까지 발각됐습니다.제2 금융권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신용장 업무 담당 직원이 각종 서류를 조작해 신용장 수수료를 횡령(코리안리)하기도 했고, 고객을 기망해 투자금을 편취한 뒤 사적 용도로 사용(한국투자증권)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금융사의 대처도 지나치게 온정적이었습니다. 일부 회사들은 수사 기관에 고발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한저축은행에서는 지난해 1월(보고 접수일 기준) 영업점 직원이 금고에서 현금 시재를 500만 원가량 횡령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자체 징계 면직했을 뿐 수사기관에 고발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농협은행도 지난해 4월 고객과 가족 명의로 대출을 받아 2710만 원을 횡령하는 등 총 3건의 사고가 발생했는데 정작 수사 기관에는 고발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징계를 질질 끄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수협은행은 지난해 6월 고객 예금 4억1540만 원을 횡령한 직원을 두고 여전히 징계를 심의 중입니다. 이 의원은 “온정주의 문화 탓에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솜방망이 처벌로 그치고 이는 도덕적 해이를 낳게 하는 주요인”이라고 꼬집었습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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