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4대 금융지주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11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달 말 시총 합계 100조원을 넘긴 후, 보름도 안 돼 110조원 벽까지 뚫으며 밸류업 선두 주자 입지를 다졌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10일 종가 기준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 우리금융 시총 합은 110조179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KB금융 42조3041억원, 신한지주 30조1968억원, 하나금융 22조2939억원, 우리금융 15조2231억원 수준이다.
4대 금융지주 시총은 11일 정오 기준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매물이 나오며 소폭 하락 했지만, 여전히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시총 순위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KB금융은 코스피 시총 순위를 작년 말 9위에서 올해 5~6위로 올리며 대폭 체급을 키웠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역시 이달 11일 각각 8만800원, 2만100원으로 최고 주가를 갈아치웠다.
금융주 최근 상승은 지난달 대통령 선거 이후 정국안정과 더불어 증시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덕으로 분석된다.
이은택 KB증권 애널리스트는 11일 “자본시장 구조 개혁으로 금융업 전반에 긍정적 변화가 기대되고 특히 지배구조 개선 정책은 한국 증시에 대한 재평가 기대를 높일 것”이라면서 “여기에 원화 강세는 금융주의 밸류에이션 재평가(re-rating)에 핵심 요인으로 원화 강세가 지속된다면, 금융주는 이미 급등한 상황에서도 추가 상승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을 중심으로 한 상생금융 등 사회기여 압박은 연말이 다가올수록 커질 전망이다. 기업가치 상승이 계속 되면 그 수위도 덩달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우선 올해부터 3년 간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약 2조원 가량을 지원하는 상생금융 시즌2에 이어, 코로나19 기간 동안 발생한 부채 상당수를 탕감하는 채무조정이 예고되어 있다. 여기에 정부와 여당이 새로 출범하며 은행 이자수익 중 상당수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이달 5일 '개인금융 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 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 변경을 예고했다. 그간 개인 채권을 양수할 수 있는 자격을 은행, 2금융권, 대부업체 등 금융회사와 한국자산관리공사로 제한했는데 이를 비영리법인까지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최대 수십조원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 주도 배드뱅크' 설립이 가시화 된 것이다. 배드뱅크는 금융사로부터 부실채권을 이전받아 채무를 조정하고 채권을 소각하는 전문기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생금융 등에 필요한 기금 등은 이미 경영에 상당부분 반영되어 있다”면서도 “새정부 출범 이후 여러가지로 사회적 기여에 대한 요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이러한 변수가 금융주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