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지난 1분기 5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내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썼다. 은행의 대출자산 증가에 힘입어 이자이익이 1년 새 2000억원 넘게 늘어난 데다 지난해 1조원 넘는 비용으로 인식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이 올해는 없었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올 1분기 합산 순이익은 4조9289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4조2215억원)과 비교해 7074억원(16.8%) 늘었다. 1분기 기준 2023년(4조9125억원)을 뛰어넘은 최대 실적이다.
올해 실적 성장을 이끈 가장 큰 요인은 지난해 홍콩 H지수 ELS 배상으로 인한 기저효과다. 4대 금융지주는 작년 1분기 총 1조3174억원을 홍콩 H지수 ELS 배상을 위한 충당부채로 쌓았다. 일회성 비용인 충당부채 설정 효과를 제거하면 올해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6100억원 줄어든다.
금융지주의 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늘었으나 비이자이익은 감소했다. 4대 금융지주의 이자이익은 작년 1분기 10조4046억원에서 올해 1분기 10조6419억원으로 2373억원(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비이자이익은 3조558억원에서 2조8935억원으로 1623억원(5.3%) 감소했다. 경기 침체 등으로 카드 수수료, 증권수탁 수수료 등 수입이 줄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는 실적이 갈수록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과 경기 침체로 대출자산 증가가 쉽지 않아서다.
ELS 털고 최대실적 낸 4대 금융…"잔치 끝나간다"
합산 순이익 5조원 육박…향후 실적은 불투명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올해 1분기 순이익 규모를 전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끌어올리며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 치웠다. 지난 1년 사이 대출자산이 60조원 넘게 불어난 덕에 이자이익이 꾸준히 증가한 결과다. 하지만 금융지주들은 향후 실적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가계대출 억제 정책과 경기 침체, 기준금리 하락 등으로 수익성 지표가 나빠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지난해 실적을 끌어내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과 관련한 기저효과를 제거하면 금융지주 실적은 이미 역성장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분기 기준 최대 실적 기록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합산 순이익은 지난해 4조2215억원에서 올해 4조9289억원으로 7074억원(16.8%) 증가했다. 1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금융지주별로 보면 KB금융의 순이익이 작년 1분기 1조420억원에서 올해 1조6973억원으로 6553억원(62.9%) 급증했다. 핵심 자회사인 국민은행이 지난해 홍콩 H지수 ELS 배상을 위해 시중은행 중 가장 큰 규모인 8620억원을 충당부채로 설정한 데 따른 기저효과다.
신한금융의 올 1분기 순이익은 1조48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 늘었다. 하나금융의 순이익은 같은 기간 1조340억원에서 1조1277억원으로 9.1% 증가했다. 우리금융의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 8240억원에서 올해 1분기 6156억원으로 2084억원(25.2%) 줄었다. 우리금융은 올해 1분기 명예퇴직 비용 약 1690억원을 지출해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실적이 역성장했다.
4대 금융지주의 합산 이자이익은 작년 1분기 10조4046억원에서 올해 1분기 10조6419억원으로 2373억원(2.3%) 증가했다. 금융지주 산하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원화대출 잔액이 작년 1분기 말 1226조6212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1291조3974억원으로 1년 새 64조7762억원(5.3%) 늘어난 결과다.
◇“최대 과제는 건전성 관리”
앞으로는 대출자산 증가에 힘입은 실적 확대가 어렵다는 게 금융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금융당국이 올해 4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1~2% 사이’라고 못 박은 데다 경기 침체에 따라 기업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 금융사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로 불리는 ‘순이자마진(NIM)’은 4대 금융지주 모두 전년 대비 낮아졌다. KB금융의 NIM은 작년 1분기 2.11%에서 올 1분기 2.01%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2.0%→1.91%), 하나금융(1.77%→1.69%), 우리금융(1.74%→1.7%) 등도 마찬가지다.
금융지주들은 실적 악화를 무릅쓰고 대출 부실에 대비하기 위해 비용으로 처리하는 대손충당금 적립을 대폭 늘렸다. 4대 금융지주의 올 1분기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1조8308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4450억원) 대비 26.7% 확대했다. 1분기 기준 최대 규모다. 천상영 신한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최대 과제는 건전성 관리”라고 강조했다.
◇BNK·JB금융 1분기 순이익 역성장
은행을 제외한 카드·캐피털 등 금융지주의 비은행 계열사는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아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신한금융 산하 비은행 계열사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46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줄었다. KB금융 계열사인 KB국민카드(-39.3%), KB라이프생명(-7.7%), KB증권(-9.1%) 등도 1분기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감소했다.
지방금융지주의 실적 악화는 이미 시작됐다. BNK금융의 올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3.2% 줄어든 1666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정기업이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호텔 화재 사고 여파로 회생절차에 들어가는 등 거래 기업의 부실로 충당금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1061억원 급증한 결과다. JB금융의 올 1분기 순이익(1627억원)도 이자이익 감소와 충당금 증가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줄었다.
정의진/김진성/장현주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