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클럽 월드컵 HD 울산(왼쪽)-마멜로디 선다운스의 경기 직전, 관중석이 텅 비어 있는 모습. 이날 경기에는 이번 대회 최소인 3412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AFPBBNews=뉴스1. |
지난 14일(현지시간) 개막한 2025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의 4강 진출팀이 가려졌다. 첼시(잉글랜드), 플루미넨시(브라질),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가 그 주인공들이다.
플루미넨시와 첼시가 겨루는 첫 번째 준결승전은 현지시간 8일 오후 3시(한국시간 9일 오전 4시)에 펼쳐지고 9일 오후 3시(한국시간 10일 오전 4시)에는 PSG와 레알 마드리드가 격돌한다. 하지만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포드시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이 두 준결승 경기의 티켓 가격 차이는 엄청나다.
플루미넨시-첼시전의 가장 저렴한 입장권 가격은 13달러 40센트(약 1만 8000원)이며 PSG-레알 마드리드전을 볼 수 있는 가장 낮은 티켓 값은 199달러 60센트(약 27만 2100원)이다. 가격 차이가 무려 15배 이상 난다.
준결승 두 경기의 입장료 차이가 이렇게 크게 발생한 이유는 FIFA가 이번 대회의 티켓 가격 결정에 '다이내믹 티켓 프라이싱(Dynamic Ticket Pricing)' 방식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수요와 공급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티켓 가격을 변동시키는 가격 결정 전략이다.
이에 따라 2024~2025 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 팀 PSG와 2023~2024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 팀 레알 마드리드가 맞붙는 경기의 티켓 가격은 높게 책정됐다. 반면 상대적으로 팬들의 관심도가 덜한 플루미넨시-첼시전의 티켓 가격은 매우 낮게 책정된 셈이다.
첼시 선수들. /AFPBBNews=뉴스1 |
플루미넨시 선수들. /AFPBBNews=뉴스1 |
원래 클럽 월드컵 준결승 경기를 관전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티켓 가격은 지난 주 474달러(약 64만 5000원)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티켓 구매 수요가 예상보다 높지 않아 가격이 하락했고, 특히 플루미넨시와 첼시의 경기 티켓 가격은 7일 현재 약 3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 경기의 티켓 가격 급락 현상은 이번 대회 8강전에서도 나타났었다. 플루미넨시-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전의 가장 낮은 티켓 가격은 11달러(1만 5000원) 수준이었다. 반대로 유럽 강호들이 맞붙은 PSG-바이에른 뮌헨(독일)의 8강전 티켓은 44달러 60센트(약 6만원)였다.
기본적으로 이 문제는 클럽 월드컵이 32개 팀 출전 체제로 확장되면서 전력 차이가 큰 클럽 간의 경기 숫자가 많아진 것에서 비롯됐다. 이런 이유로 이번 대회 관중 동원력은 FIFA의 기대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조별리그와 16강전을 통해 관중 점유율(경기장 총 관중 수용 인원에 대비해 방문한 관중 수) 측면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팀은 레알 마드리드(95%)였으며 공동 2위는 인터 마이애미(미국)와 유벤투스(이탈리아·81%)가 차지했다. 관중 점유율 상위 8개 팀 가운데 비유럽 지역 클럽은 인터 마이애미가 유일했으며 비유럽 지역 클럽들의 평균 관중 점유율은 44%에 머물렀다.
지난 4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클럽 월드컵 대회의 조별리그 48경기 가운데 14경기는 관중 수가 2만 명에 못 미쳤다. 조별 리그 경기 가운데 약 33%가 관중 수 2만 명 미만이었다는 의미다. 또한 조별리그와 16강전 56경기를 통틀어 90% 이상의 관중 점유율을 기록한 경기는 11경기에 불과했다.
이강인(왼쪽) 등 PSG 선수들. /AFPBBNews=뉴스1 |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 /AFPBBNews=뉴스1 |
'가디언'은 2025 클럽 월드컵 관중 동원이 힘들었던 또 다른 이유로 조별리그를 포함한 16강과 8강전 상당수가 주중에 펼쳐졌다는 점을 꼬집었다.
실제로 이번 대회 조별리그부터 8강전까지 총 60경기 가운데 41경기가 주말이 아닌 주중에 치러졌다. 특히 이 41경기 가운데 21경기가 평균 섭씨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낮 12시~오후 5시 사이에 열려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번 준결승 두 경기 역시 평일(8일 화요일, 9일 수요일) 낮에 경기를 벌인다.
조별리그 3경기를 통해 가장 무더운 날씨에서 경기를 펼친 클럽은 K리그의 HD 울산과 포르투갈의 벤피카였다. 이 두 팀은 평균 기온 32도에 달하는 더위 속에서 조별리그 3경기를 치러야 했다.
흥미롭게도 HD 울산과 벤피카는 높은 기온을 기록했던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인터&코 스타디움에서 각각 경기를 펼쳤다.
HD 울산은 현지시간으로 17일 오후 7시 5분(당시 기온 30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마멜로디 선다운스와 경기를 치러 0-1로 패했다. 이날 관중 숫자는 3412명으로 이번 대회 최소 관중을 기록했다. 벤피카는 20일 낮 12시(당시 기온 32도)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시티와 경기에서 6-0 승리를 기록했다. 하지만 당시 관중 숫자는 6730명에 그쳤다. 이 수치는 이번 대회 최소 관중 3위에 해당됐다.
물론 두 경기는 분명 매력적인 매치업은 아니었지만 설상가상격으로 올랜도의 무더위가 관중 동원에 더욱 어려움을 줬다는 분석이 가능한 셈이다.
이종성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