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저금리 시대 종말…'비싼 돈'의 세상은 어떤 곳일까, 신간

1 week ago 11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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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를 보나, 성장을 보나, 환율을 보나, 부동산을 보나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고 말했다.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가 올해 두 차례, 내년 초 한 차례 인상을 거쳐 최대 3.25%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 상승은 많은 이들의 삶에 곧바로 반영될 현실이 됐다.

한국에서만의 일일까. 미국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소속 경제학자들은 신간 <머니 쇼크>에서 전 세계가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던 저금리 시대의 종말을 맞고 있다고 진단한다. 지난 40년 동안 개인과 기업, 국가는 값싼 돈의 혜택을 누려왔다. 낮은 금리는 부채 부담을 덜어줬고,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저자들은 “지금까지는 금리가 오랜 기간 하락해 왔지만, 이제 미국과 전 세계는 반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이 금리의 방향을 설명하기 위해 꺼내는 핵심 개념은 ‘자연이자율’이다. 자연이자율은 경제가 과열되지도, 침체되지도 않는 균형 상태에서 형성되는 금리 수준을 뜻한다. 직접 관측할 수는 없고 추정만 가능하지만,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의 방향을 판단할 때 참고하는 일종의 ‘북극성’이다. 자연이자율이 올라간다면 중앙은행은 낮은 금리로 경제를 떠받치기 어려워진다.

저자들은 미국 등 세계 경제를 둘러싼 8가지 구조 변화가 자연이자율을 밀어 올리고 있다고 본다. 먼저 인공지능(AI)이다. AI가 생산성을 끌어올리면 기업들의 투자 수요가 늘어나고, 이는 자금 수요 증가로 이어져 금리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저자들의 전망은 신중하다. AI가 경제 전반을 단숨에 뒤흔들기보다는, 성장경로를 완만하게 높이는 수준에 머물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더 큰 변수는 인구구조 변화다. 저자들은 인구 증가세 둔화와 부양비 감소가 1970~2011년 미국의 자연 실질금리를 약 1.35%포인트 낮췄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기에 들어서면서 흐름은 달라지고 있다. 이들은 오랫동안 쌓아온 저축을 본격적으로 소비하기 시작한다. 동시에 고령층과 자녀 세대를 부양하는 비용도 커진다.

저축은 줄고 소비는 늘어나는 구조가 되면, 경제 전체의 자금 여력은 줄어들고 금리 상승 압력은 커진다. 이는 미국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금리 상승은 한국 등 세계 모든 국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도 돈의 가격을 바꾸는 변수다. 온난화를 방치하면 자연재해와 생산성 저하로 성장이 타격을 받고, 이는 자연이자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각국이 에너지 시스템을 재편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벌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전력망, 재생에너지, 저장장치, 산업 설비 전환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면 자금 수요가 늘고 이자율은 오를 수 있다. 이 밖에도 저축 감소, 달러 중심 금융 질서의 약화, 지정학적 갈등 심화 등도 금리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요인들을 종합해 저자들은 세계 경제가 당분간 저금리 환경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2050년까지 이자율이 완만하게 상승하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미국 10년물 국채 기준 실질 자연이자율이 2012년 1.7%에서 2022년 2.3%로 이미 올랐다고 본다. 2030년대 초반에는 2.8%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만약 AI나 양자컴퓨터 같은 첨단 기술이 현재의 기대를 뛰어넘는 생산성 혁신을 이끌어낸다면 실질 자연이자율은 6%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고도 분석한다.

돈이 비싸진 세상에서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자산시장이다. 금리 상승은 부동산과 주식 가격에 부담을 준다. 주택 가격은 낮은 대출 금리를 토대로 오랜 기간 상승해 왔다. 저자들은 “다른 요인에 큰 변화가 없다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많은 선진국의 주택 가격 상승세는 그간 주택 소유주들이 역사적으로 누려온 수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주식시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주식 역시 미래 이익을 낮은 할인율로 평가받으며 높은 가격을 정당화해 왔기 대문이다.

저자들이 강조하는 것은 금리 변화가 금융시장의 기술적 변수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리 하락세가 상승세로 전환한다는 것은 중앙은행 총재와 정책 입안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 최고경영자, 퇴직연금 가입자, 주택담보대출 차입자 모두의 문제다.

부채 부담은 커지고, 자산 가격은 과거와 같은 상승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40년간 당연하게 여겼던 돈의 질서가 바뀌는 것이다. “세계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가격, 바로 돈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때 치르게 될 대가도 함께 오르기 시작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40년 저금리 시대 종말…‘비싼 돈’의 세상은 어떤 곳일까, 신간 <머니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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