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개정된 상법 적용
최대주주 감사 의결권 3%만 인정
소액주주-헤지펀드 영향력 커져
9월 집중투표제 도입땐 압박 강화

● 7월 ‘3% 룰’… 2·3대 주주 입김 세진다

또 23일부터 상장사의 ‘사외이사’는 ‘독립이사’로 이름이 바뀐다. 회사가 의무적으로 뽑아야 하는 독립이사 비율도 전체 이사의 4분의 1(25%)에서 3분의 1(33.3%)로 높아진다. 당장 그 비율을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니고, 내년 7월 22일까지 이를 충족시키면 되지만 재계는 이미 분주하다. 법무법인 지평은 “그때까지 정기 주주총회는 내년 한 차례뿐”이라며 “기업들은 정기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사내이사 및 독립이사의 현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선임해야 할 독립이사의 규모 등의 계획을 사전에 확정해야 한다”고 했다. 가령 현재 삼성전자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5명 등 총 8명인데, 사외이사 중 신제윤 이사회 의장 등 3명의 임기는 내년 3월에 만료된다.
늘어난 독립이사 자리를 채우는 일도 만만치 않다. 실력이 검증된 교수·관료·법조인은 이미 대기업 사외이사를 한두 곳씩 맡고 있는데, 한 사람이 겸직할 수 있는 상장사는 최대 2곳뿐이다. 자리는 늘어나는데 데려올 사람은 마땅치 않다 보니, 하반기 재계에서는 헤드헌터까지 총동원한 ‘사외이사 모시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권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전 정부 관료 출신을 영입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9월 집중투표제 의무화… 방어막 더 얇아져
9월 10일에는 압박이 한 단계 더 강해진다. 자산 2조 원 이상 대기업은 집중투표제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고, 다른 이사와 분리해 뽑는 감사위원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여러 명 한꺼번에 뽑을 때 소수 주주가 표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그만큼 소수 주주가 원하는 인물을 이사회에 진입시키기 쉬워진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방어책 마련에 나섰다. 정관에 이사 수의 상한을 정해두거나, 이사들의 임기를 해마다 엇갈리게 해 한 해에 여러 명이 한꺼번에 교체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감사위원회를 최소 인원인 3명으로 두면 그중 2명이 분리선출 위원으로 채워져 소수주주 쪽 비중이 커지는 만큼, 아예 위원 수를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반면 소수주주 권익을 주장해온 행동주의 펀드 측은 이번 개정으로 이사회의 ‘거수기’ 관행에 조금이나마 균열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한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 대표는 “그동안 한국 기업 이사회는 최대주주의 거수기에 가까웠고, 그 탓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이어졌다”며 “(3% 룰 등은) 소수 주주가 이사회에 목소리를 낼 최소한의 장치”라고 말했다. 영국 데이터 분석 기관 ‘인사이티아’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 목표물이 된 한국 대상 기업 수는 2017년에는 3개에 불과했지만 2023년 77개로 급증했다. 재계는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개정 상법 시행까지 맞물려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가 더 거세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사업에 전념할 수 있을지가 문제”라고 말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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