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앞 다가온 ‘3%룰’ 시행, 기업들 “행동주의 펀드 공격 거세질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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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부터 개정된 상법 적용
최대주주 감사 의결권 3%만 인정
소액주주-헤지펀드 영향력 커져
9월 집중투표제 도입땐 압박 강화

지난해 개정된 상법의 유예기간이 끝나며 7월에는 ‘3% 룰’(기업의 감사나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이, 9월에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재계가 대응에 분주한 가운데 일각에선 최대주주의 힘을 빼고 소수주주의 목소리를 키우는 방향의 조항들로 인해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 등이 거세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 7월 ‘3% 룰’… 2·3대 주주 입김 세진다

재계에서는 특히 감사위원을 뽑을 때 적용되는 ‘3% 룰’을 주시하고 있다. 이달 23일부터 감사위원을 선임하거나 해임할 때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모두 합쳐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분을 아무리 많이 갖고 있어도 감사위원 선임에서는 3%만 인정되는 것이다. 그만큼 대주주의 ‘입김’은 줄고, 소액주주와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은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이사회는 사실상 최대주주 편에 선 사람들로 채워졌는데, 이제는 행동주의 펀드나 2대·3대 주주가 ‘자기 사람’을 이사로 넣기가 쉬워진다”며 “앞으로 이사회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훨씬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외국계 헤지펀드가 이 규정을 지렛대 삼아 경영권을 흔들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는 이유다.

또 23일부터 상장사의 ‘사외이사’는 ‘독립이사’로 이름이 바뀐다. 회사가 의무적으로 뽑아야 하는 독립이사 비율도 전체 이사의 4분의 1(25%)에서 3분의 1(33.3%)로 높아진다. 당장 그 비율을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니고, 내년 7월 22일까지 이를 충족시키면 되지만 재계는 이미 분주하다. 법무법인 지평은 “그때까지 정기 주주총회는 내년 한 차례뿐”이라며 “기업들은 정기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사내이사 및 독립이사의 현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선임해야 할 독립이사의 규모 등의 계획을 사전에 확정해야 한다”고 했다. 가령 현재 삼성전자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5명 등 총 8명인데, 사외이사 중 신제윤 이사회 의장 등 3명의 임기는 내년 3월에 만료된다.

늘어난 독립이사 자리를 채우는 일도 만만치 않다. 실력이 검증된 교수·관료·법조인은 이미 대기업 사외이사를 한두 곳씩 맡고 있는데, 한 사람이 겸직할 수 있는 상장사는 최대 2곳뿐이다. 자리는 늘어나는데 데려올 사람은 마땅치 않다 보니, 하반기 재계에서는 헤드헌터까지 총동원한 ‘사외이사 모시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권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전 정부 관료 출신을 영입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 9월 집중투표제 의무화… 방어막 더 얇아져

9월 10일에는 압박이 한 단계 더 강해진다. 자산 2조 원 이상 대기업은 집중투표제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고, 다른 이사와 분리해 뽑는 감사위원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여러 명 한꺼번에 뽑을 때 소수 주주가 표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그만큼 소수 주주가 원하는 인물을 이사회에 진입시키기 쉬워진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방어책 마련에 나섰다. 정관에 이사 수의 상한을 정해두거나, 이사들의 임기를 해마다 엇갈리게 해 한 해에 여러 명이 한꺼번에 교체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감사위원회를 최소 인원인 3명으로 두면 그중 2명이 분리선출 위원으로 채워져 소수주주 쪽 비중이 커지는 만큼, 아예 위원 수를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반면 소수주주 권익을 주장해온 행동주의 펀드 측은 이번 개정으로 이사회의 ‘거수기’ 관행에 조금이나마 균열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한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 대표는 “그동안 한국 기업 이사회는 최대주주의 거수기에 가까웠고, 그 탓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이어졌다”며 “(3% 룰 등은) 소수 주주가 이사회에 목소리를 낼 최소한의 장치”라고 말했다. 영국 데이터 분석 기관 ‘인사이티아’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 목표물이 된 한국 대상 기업 수는 2017년에는 3개에 불과했지만 2023년 77개로 급증했다. 재계는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개정 상법 시행까지 맞물려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가 더 거세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사업에 전념할 수 있을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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