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큰 문제는 타격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날은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었다. 평소에 강력했던 마운드마저도 흔들렸고 6연패를 막아설 길은 없었다.
SSG 랜더스는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0-9로 완패를 당했다.
6연패와 함께 전반기 내내 잘 지켜오던 5할 승률이 무너졌고 43승 46패 3무, 8위 NC 다이노스로부터도 0.5경기 차로 위협을 받고 있는 처지다.
지난주 강한 비가 지나간 뒤 전국에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일 최고 기온이 36도까지 치솟은 대구의 더위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 때문일까. SSG는 귀신에 홀린 듯한 아쉬운 플레이를 쏟아냈다.
이숭용 감독은 터지지 않는 타선에 대한 고민을 나타냈는데 설상가상으로 마운드와 수비까지 무너졌고 그 결과는 뼈아픈 대패였다.
선발 김건우는 2회도 지키지 못했다. 경기 전 이 감독은 "영점만 잡히면 치기 쉬운 공이 아니다"라며 "마운드에서 편안하게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다면 좋은 퍼포먼스가 나올 것 같다. 스피드도 있고 좋은 투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던 대로 하고 정해서 들어가라고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질병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2회 르윈 디아즈와 강민호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4,5선발들에게 완벽한 투구를 요청할 수는 없다. 문제는 사령탑이 강조한 자신의 투구를 펼치기에도 버거웠다는 것이다.
김영웅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고 한숨을 돌리는 듯 했찌만 하위 타순을 상대로 3연속 볼넷을 허용했다. 적시타 없이 밀어내기로만 2실점을 했다. 이 감독이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고 이후 박승규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SSG 벤치는 교체를 택했다. 1⅔이닝 만에 교체. 김건우에게 던져주는 무언의 경고 메시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2사 만루에서 배턴을 넘겨 받은 박시후가 아웃카운트를 잡아내 추가 실점 위기를 지워낸 게 천만다행이었다.
시작이 좋지 않았던 것은 맞지만 0-2 열세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수비가 일을 망쳤다.
4회 2사 1루에서 김성윤이 1루수 방면으로 빠른 타구를 날렸다. 고명준이 글러브를 뻗었지만 타구를 막아내진 못했다. 안타로 기록되긴 했지만 다소 아쉬움이 남는 수비였다. 위치상으로는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 반응 속도가 아쉬웠다.
그보다 더 큰 탄식을 자아낸 건 다음 장면이었다. 우익수 최준우가 빠르게 공을 뿌렸고 1루를 지나갔던 김성윤이 서둘러 귀루했다. 아웃을 잡아낼 만한 타이밍은 아니었다. 송구를 잘 잡아내면 일단락되는 상황. 그러나 고명준이 원바운드 된 공을 포구하지 못해 공이 뒤로 흘렀다. 그 사이 3루 주자는 홈을 파고들었고 1루 주자도 2루로 향했다. 위기는 이어졌고 구자욱에게 볼넷, 디아즈에게 안타를 맞고 한 점을 더 내줬다.

5회에도 불안한 수비로 하지 않을 수 있었던 실점을 했다. 1사에서 이재현에게 2루타, 전병우에게 내준 중전 안타는 어쩔 수 없었지만 이후 장면은 사실상 이날 SSG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놨다. 양도근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1루 주자 전병우는 2루를 향해 스타트를 끊었다. 포수 신범수의 빠른 송구에 주자가 런다운에 걸렸다.
그 사이 3루 주자 이재현도 스타트를 끊었다. 주자를 몰던 유격수 안상현이 다급하게 홈으로 공을 뿌렸으나 송구가 벗어나 주자가 홈을 파고들었다.
아쉬운 결정이었다. 물론 안상현의 부정확한 송구가 가장 결정적이었지만 2사였기에 함께 주자를 몰던 1루수 고명준 혹은 2루수 정준재가 3루 주자의 홈 진입보다 빠르게 주자를 태그할 기회를 놓친 것도 뼈아팠다.
이닝을 마친 뒤 강병식 타격 코치는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흔들리는 야수들을 독려하며 집중력을 끌어올리려는 듯이 보였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후였다.
6회초 공격을 마친 뒤 SSG는 송구 실책을 범한 유격수 안상현을 대신해 김찬형을 투입했다. 2점을 더 내준 뒤엔 최정까지 빼주며 사실상 백기투항을 했다.
타선의 극심한 부진 속 적극적인 투구를 펼치지 못하는 선발, 아쉬운 수비를 남발하는 수비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