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조만간 발표키로 하면서 강남구 대치동·청담동·삼성동과 송파구 잠실동 집값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교류복합지구 및 인근 지역’으로 광범위하게 묶여 그동안 ‘갭투자(전세 끼고 투자)’가 불가능했던 곳이다.
재건축 단지가 아니거나, 개발지역에서 거리가 먼 행정동부터 풀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에선 투자 수요가 유입돼 해제된 지역의 집값이 일시적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지정 직후엔 급락…4년 지나면 효과 없어
오 시장은 지난 14일 ‘규제 풀어 민생 살리기 대토론회’에서 “특단의 조치로 행해졌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는 방안을 상당히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전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이 검토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다음달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기준과 그에 따른 해제 범위 등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 내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전체 면적의 10.78%인 64.53㎢에 달한다. 강남구와 송파구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지역과 주요 재건축 단지(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18.98㎢가 지정돼 있다. 신속통합기획·공공재개발·모아타운 사업지(18.14㎢)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이다.
업계에서 주로 거론되는 해제 대상지는 국제교류복합지구 및 인근 지역이다. 잠실마이스복합단지와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에 따라 개발 혜택을 볼 것이란 이유로 너무 광범위하게 묶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남·서초 자연녹지지역(26.62㎢)을 제외하면 면적이 가장 넓다. 완공 예정 시점도 2030년 전후여서 그때까지 유지하는 건 지나친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도 많다.
이곳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집값 안정화 효과는 사라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해제기준안 마련 용역을 맡은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관련 토론회 자료에서 “시행 이후 2년간 -9.5% 집값 안정화 효과가 있었지만 4년 후부터는 그 효과가 미미해졌다”고 밝혔다. 전세가는 타지역에 비해 1~2% 추가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대치·잠실, 일시적 상승효과 있을 수도
GBC에서 거리가 먼 대치1동이나 잠실3동, 재건축 단지가 없는 잠실2동 등의 해제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행정동’ 단위로 해제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서다. 대치1동엔 래미안대치팰리스와 개포 우성·선경아파트가 있다. 잠실3동은 잠실주공5단지와 트리지움, 레이크팰리스 등이다.
행정동 단위로 풀되 신속통합기획 단지만 따로 지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교수는 토론회 자료에서 “신통기획으로 지정된 아파트 거래만으로 지수를 만들면 권역 내 다른 단지에 비해 급등하는 현상이 확인된다”며 “GBC 주변 구역을 해제하는 선택이 이뤄진다면 신속통합기획 단지를 대상으로 한 재지정은 필요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신속통합기획 자문형 사업으로 정비계획을 변경한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는 지난 4일 신고가인 34억7500만원에 거래되며 작년 연초보다 6억원 이상 올랐다. 대치2동에선 대치 미도아파트가 신속통합기획으로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다.
재건축 단지가 없는 잠실5동(잠실엘스·리센츠)은 해제될 가능성이 있다.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이들 단지는 잠실주공에 비해 전세가가 두 배 정도 비싸고 집값도 상승세여서 투자수요가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치동 B공인 관계자는 “학군지 전세수요 덕분에 대출 규제로 거래량이 급감한 와중에도 신고가는 이어졌다”며 “갭투자가 허용되면 상승 여력은 더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압구정과 양천구 목동, 영등포구 여의도,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등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대부분의 단지가 신속통합기획으로 추진 중이고, 아직 사업 초기여서 지분 쪼개기 등 투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다만 신속통합기획으로 추진 중인 구역도 사업시행계획인가 또는 관리처분인가 때 푸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잠실주공5단지는 조합이 설립돼 통합심의만 통과하면 사업시행계획 인가 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집주인은 재산권을 침해받고, 세입자는 입지 대비 저렴하게 살 수 있었던 재건축 단지에서 밀려나는 효과가 있어 부작용이 컸다”며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이나 GBC가 단기간에 끝나는 사업도 아니고 완공될 때까지 지정해둘 순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