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연속 PS 첫 관문 탈락+주축 이탈 아쉬움’ 국민타자도 버티지 못했다, “책임지겠다”며 물러난 이승엽 두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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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승엽 감독이 자진사퇴했다. 지난 2시즌 연속 팀을 가을야구 무대에 올려놓았지만, 올해 정규시즌 9위의 부진한 성적이 계속되자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뉴시스

두산 이승엽 감독이 자진사퇴했다. 지난 2시즌 연속 팀을 가을야구 무대에 올려놓았지만, 올해 정규시즌 9위의 부진한 성적이 계속되자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뉴시스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49)이 결국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2023시즌을 앞두고 감독으로 부임해 계약기간 3년 내 한국시리즈 진출을 천명했지만,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현역 시절 대한민국을 대표했던 홈런타자가 감독이 된 것 자체만으로 큰 관심을 모았지만, 결말은 아쉬웠다.

두산은 1일 이 전 감독의 퇴진을 공식 발표했다. 이 감독은 이날 오후 구단을 방문해 “책임을 지겠다”며 자진사퇴 의사를 전했고, 구단도 고심 끝에 이를 수용했다. 조성환 퀄리티컨트롤 코치의 감독대행 체제로 남은 시즌을 치를 전망이다.

이 전 감독은 2017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은퇴 후 해설위원, KBO 홍보대사, 야구장학재단 이사장 등을 지내며 야구를 멀리하지 않았다. 한 야구 예능 프로그램에선 감독을 맡아 선수단을 이끌었다. 언젠가는 감독이 될 인물로 평가받았던 이유다. 두산 사령탑이 그 시작점이었다. 코치 경력도 없이 감독을 맡은 데 따른 우려도 적지 않았지만, 이 전 감독은 “그 평가를 ‘준비된 감독’으로 바꾸겠다”며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2023시즌 정규시즌 5위(74승2무68패)로 팀을 포스트시즌(PS)에 올려놓았다.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WC) 결정전 1경기만 치르고 가을야구 무대에서 퇴장했지만, 2024시즌에 한층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희망을 키웠다.

지난 시즌에는 한 단계 올라간 정규시즌 4위(74승2무68패)를 차지했지만, KT 위즈와 WC 결정 1, 2차전을 내리 패하며 또 다시 첫 관문에서 돌아섰다. 전 소속 선수였던 오재원의 요구로 수면제를 대리 처방받았던 선수 8명이 모두 이탈한 악재도 이겨냈지만, 역대 최초 WC 업셋의 희생양이라는 불명예를 쓴 탓에 팬들의 비난에 직면했다.

외국인선수 3명을 모두 교체하는 등 강한 의지를 보이며 올 시즌을 출발했지만,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정상 전력을 꾸리기가 쉽지 않았다. 국내 에이스 곽빈(내복사근), 베테랑 필승계투요원 홍건희(팔꿈치)가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에서 빠졌다. 지난겨울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주전 3루수 허경민의 KT 이적에 따른 공백을 메우는 작업도 쉽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에이스로 지목했던 외국인투수 콜 어빈마저 5승5패, 평균자책점(ERA) 4.28이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2군에 내려갔다.

반등의 기회로 여겼던 지난달 30일~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와 원정 3연전에서 1승2패에 그친 것도 뼈아팠다. 특히 지난달 31일, 1일 잇따라 0-1로 무기력하게 패한 게 결정타였다. 더욱이 최하위(10위)에 처져 있는 키움은 4월 26, 27일 인천 SSG 랜더스와 원정경기 이후 한 차례도 연승이 없었다. 1일 경기에 앞서 곽빈의 복귀를 언급하며 희망을 노래했지만, 2연패에 빠진 탓에 분위기가 크게 처졌다.

한 야구인은 지난달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이 감독이 수많은 비난 속에서도 혼자 부담을 짊어지고 팀을 끌고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전 감독은 경기 전 브리핑 때도 팀 성적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차분하게 운용 계획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좀처럼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고, 최하위 키움을 상대로도 연패를 당하자 더 이상은 버티기가 어려웠다. 두산 구단은 “세 시즌간 팀을 이끌어주신 이 감독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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