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조 지출구조조정 단행했지만, SOC·공직유관단체 등 손볼 곳 많아”[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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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SOC 예산 집행률 0% 사업 수두룩…
집행률 낮은 사업엔 패널티 도입해야”
“민간보조금·좀비산단·사회보험 등…
‘재정구조혁신TF’서 전면 손봐야”

  • 등록 2025-10-29 오전 5:15:00

    수정 2025-10-29 오전 5:15:00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이재명 정부에서) 27조원의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사회간접자본(SOC)·공직유관단체·산업단지 예산 등 여전히 손봐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장청수 나라살림연구소장.(사진=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최근 서울 마포구 나라살림연구소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지출구조조정의 향후 과제’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예산 낭비사업 저격수’로 불리는 정 소장은 앞서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 경제1분과 위원으로 활동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27조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 사업 중 5조원 규모의 조정안을 제안·관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소장은 “앞으로도 비효율성이 커 지출 구조조정을 할 사업이 많다”며 “특히 도로·철도·공항 건설 사업 중 많은 사업들이 집행률, 공정률이 미흡하거나 공사비가 과다계상돼 예산이 제대로 소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연구소가 파악한 주요 미집행 사업만 2조 500억원 규모”라며 “세종-청주고속도로 사업은 2023년부터 예산이 편성됐는데 2년 연속 집행률이 0%이고, 대구도시철도 엑스코선 건설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업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정 소장은 “일정 기간 집행률이 낮은 사업은 다음 연도에 배정된 예산을 감액하는 ‘패널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정치인과 관료들이 준비도 안 된 사업에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의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다른 분야 예산을 빼앗는 ‘예산 낭비의 죄악’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간 보조금 지출 구조 역시 대표적인 낭비 사례로 꼽았다. 정 소장은 “민간보조금이 연간 21조원에 달하지만, 실제 시민단체로 가는 금액은 200억~3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대부분 공직유관단체나 직능단체로 흘러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공직유관단체가 1만 6000곳이 넘는데 사실상 공공기관처럼 운영되고 있다”며 “보조금뿐 아니라 정부 지원금도 중복 지급되고, 각종 인허가와 얽힌 이권까지 존재한다. 이런 구조를 고치려면 ‘관피아 예산’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봤다.

정 소장은 이른바 ‘좀비 산업단지’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전국 곳곳에 비어 있는 산업단지가 넘쳐나는데도 새로 조성하는 데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며 “산업단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가 산단 51곳 중 15곳이 미분양 상태이고, 전국 1331개 산단 중 누적 생산액이 ‘0원’인 곳도 37곳이나 된다”고 밝혔다. 이어 “무분별한 신규 산단 조성보다는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하고 구조를 고도화해 재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의 ‘재정구조혁신 태스크포스(TF)’가 추진 중인 지출·세입·사회보험 개혁과 관련해서는 “전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지출 측면에서는 “석탄산업 지원금만 연 8000억원”이라며 “탄광지역 지원은 38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이제는 지역소멸 대응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입 부문에서는 “국세 체납액이 100조원을 넘는다”며 “국세청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동징수 시스템을 강화하고, 복지정책의 ‘신청주의’를 ‘자동지급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보험 분야에서는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예방 중심으로 예산을 재배분해야 한다”며 “예방에 투자하는 것이 의료비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했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운동·건강관리로 만성질환을 예방하면 포인트나 현금으로 보상하는 ‘건강 인센티브’ 제도를 언급한 바 있다.

정 소장은 재정준칙 도입에 대해선 “선언적 의미는 있지만, 경직된 법제화는 경기 불황기에 유연한 대응을 어렵게 한다”며 “그보다는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을 조속히 원상복구하고, 보다 실질적인 지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세제 개편과 관련해선 “보유세를 올리고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며 “정부가 한 번 공론화한 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해야 시장에 경고 신호를 줄 수 있다. 정책이 번복되면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1969년 경기 연천 출생 △한양대 경제학과 △경희대 행정학 박사 △기획재정부 공공기관평가단 위원 △국회 예산정책처 자문위원 △이재명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 전문위원 △나라살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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