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열 화백은 물방울을 그리는 데 50년을 바쳤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단 두 마디를 위해 7시간을 연습한다. 예술가, 아니 고행자로 불러야 할 이들의 시간은 이토록 느리게 흐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예술을 감상할 때마저 속도전을 펼칠까. 미술 작품 앞에서는 인증 사진부터 남기고, 클래식 공연장에선 해설을 읽느라 분주하다. 야속하게도 예술은 조급한 마음에 쉽사리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사진은 기억 너머로 순식간에 흩어지고, 암기하듯 삼킨 텍스트는 빠르게 휘발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 플랫폼 ‘아르떼(arte)’는 서두르지 않았다. 예술에 전부를 쏟아부은 창작자들의 삶에 천천히 귀를 기울였다. 그들의 정직한 시간과 치열한 고뇌를 제대로 전달하려면 미련하리만큼 묵묵히 기록하는 것밖엔 방법이 없었다. 아르떼 매거진이 세상에 나온 지 2년. 예술가의 삶을 글과 사진으로 압축한 매거진을 한 장씩 넘기며 지문을 묻히는 행위는 가장 깊고 온전한 예술 감상법이 됐다.
2024년 6월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을 주인공으로 한 창간호부터 2026년 6월 플루티스트 최나경까지. 지난 2년간 아르떼가 만난 세계적인 아티스트는 25명에 달한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손열음, 지휘자 정명훈과 얍 판 츠베덴, 소프라노 조수미,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레이 첸 등 클래식계 인사만 13명. ‘숯의 화가’ 이배,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 전방위 예술가 서도호 등 미술계 거장 6명도 세월과 함께 깊어진 저마다의 세계를 펼쳐보였다. 강수진 전민철 김기민 안은미 등 무용계 스타 네 명의 자유롭고 단단한 몸짓도 아르떼가 포착했다.
아르떼는 단독 인터뷰를 넘어 평론가의 날카로운 분석과 동료 예술가의 따뜻한 시선까지 지면에 고루 담았다. 여기에 예술가들의 무대 뒤 일상과 젊은 시절의 흔적을 담은 포토에세이를 더해 독자의 수집욕을 불러일으켰다. 동시대 가장 뛰어난 예술가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박물관을 방불케하는 사진작가 구본창의 작업실 문을 서슴없이 두드렸고, 스타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를 만나기 위해 네덜란드로 날아갔다.
아르떼는 지금도 쉼 없이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2년 전 독자와 약속한 이 한마디만큼은 변함없다. “예술이 일상이 될 때, 비로소 우리의 하루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담아 매달 여러분을 찾아가겠습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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