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 팔면 순식간에 1000만원 번다…교사들 '기막힌 돈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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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72명, 학원 강사·임직원 20명 등 100명 송치
고교 교사 5명, 업체에 팔았던 문항 내신 출제해
문항제작팀 꾸려 조직 운영… 문항 2946개 제작
‘수능 영어 23번 유출’ 의혹, 유착 없었다 판단해

현직 교사들이 참여한 문항제작팀 개요도. / 경찰청 제공

현직 교사들이 참여한 문항제작팀 개요도. / 경찰청 제공

현직 고등학교 교사들이 사교육 업체와 학원 강사에게 판매한 문항을 학교 내신 시험에 그대로 출제한 사실이 경찰에 대거 적발됐다. 문항제작팀을 꾸려 조직적으로 문항 판매에 나서거나 스타강사가 EBS 교재 발간 전에 내용을 미리 받는 등 교원과 학원간 유착이 만연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17일 사교육 카르텔 사건 수사 결과 총 126명을 입건해 100명(사교육 법인 3곳 포함)을 송치했다고 밝혔다. 송치 인원은 교원 72명, 사교육 업체 강사·임직원 20명 등으로 구성됐다. 2023년 7월 교육부의 수사 의뢰로 시작된 사교육 카르텔 사건은 경찰의 자체 첩보, 감사원의 추가 수사의뢰 등을 통해 압수수색 7회 등을 벌여 마무리됐다.

현직 고등학교 교원 5명은 소속 학교의 내신시험에 과거 자신이 특정 사교육업체나 강사에게 판매했던 문항을 출제해 공정한 내신시험 시행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송치됐다. 한 고등학교 국어 교사는 2020~2022년 1·2학년 내신시험을 4회 출제하는 과정에서 과거 자신이 사교육업체에 판매한 14개 문항을 출제했다. 해당 교사들은 “시험 문항을 만들기 까다로워서 출제 편의를 위해 가져다 쓴 것이지 학원의 사주를 받거나 한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교사들은 조직적으로 사교육 업체에 문항을 판매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수능 검토위원 경력이 있는 대구 수성구의 한 수학교사는 수능 출제·검토위원 출신 현직 교원 8명과 문항제작팀을 꾸려 조직적으로 운영에 나섰다. 이들은 아르바이트 대학생들 7명으로 구성된 문항검토팀 조직을 총괄 운영하면서 문항 2946개를 제작해 사교육업체와 강사에게 팔아 6억2000만원을 챙겼다. 일부 교원은 문항 판매 대가를 본인 명의 계좌가 아닌 차명 계좌로 입금받는 등 범죄를 인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업무 외적으로 문항을 만든 교사들은 총 47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문항제작팀을 만든 교원들을 포함해 교원 47명과 교육업체 및 강사 19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이들은 2019~2023년 업무 외적으로 수능 관련 문항을 제작해 사교육 업체나 강사에게 판매한 대가로 최대 인당 2억6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항 판매 단가는 개당 10~50만원 수준으로 20·40·50개 묶음으로 판매되곤 했다. 20개 세트를 기준으로 200만~10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들 교원이 받은 금액의 총액은 48억6000만원에 달했다.

관심이 컸던 ‘수능 영어 23번 문항 유출’ 의혹은 대상자들 간의 유착관계 등 연결성을 의심할 만한 내용을 확인하진 못했다. 이 의혹은 대형 입시학원의 스타 강사 조모씨가 만든 사설 모의고사 교재에 나온 지문이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에 그대로 출제되면서 불거졌다. 경찰은 감사원 수사의뢰를 받아 관계자들의 계좌, 통신 내역을 분석하고 압수수색을 벌였으나 대상자들 간 연결 관계를 의심할 내용을 찾지 못했다고 결론 지었다.

경찰은 이 유출 수사 과정에서 메가스터디 소속 강사 조씨 등이 EBS 교재를 미리 제공받는 업무상배임(교사) 혐의점을 발견해 검찰에 넘겼다. 조씨 등은 현직 교원 3명에게 2017·2022학년도 EBS 영어 교재를 정식 발간 전에 제공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외에 교재를 감수 후 해당 내용으로 수능을 출제한 국립대학 교수는 업무방해, 정부출연기관법 위반 등 혐의로, 평가원 매뉴얼 규정을 위반해 이의신청에 대한 심사를 무마한 평가원 직원 등은 업무방해 혐의로 각각 송치됐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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