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이효석문학상] 우리집 가족묘에 강아지 유골함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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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이효석문학상] 우리집 가족묘에 강아지 유골함을 넣었다

입력 : 2026.06.14 16:37

임솔아 '나의 빈 묘에'
혈통·가문 낡은 질서 뒤집고
그 자리서 가족의 의미 탐색
상징과 도식 탄탄하게 배치

임솔아 소설가.

임솔아 소설가.

반지하엔 습기가 가득했고, 그래서 유골함 속 유골은 '딱딱하게 덩어리진 뼈곤죽'으로 변해 있었다. 유골의 주인은 키우던 강아지 조아였다. 화장했지만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한 탓에 두 사람은 조아의 유골함을 보관해 왔다. 장마가 절정에 달하면서 유골 상태는 더 나빠졌다. 두 사람은 유골함을 둘 곳을 결정한다. 윤미 집안의 '합동 가족묘'였다. 둘은 버스를 타고 그곳으로 간다. 묘소에 가보니, 한 남성이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한다. "누구요?"

올해 이효석문학상 최종심에 진출한 임솔아 작가의 단편 '나의 빈 묘에'의 한 장면이다. 강아지 유골을 가족묘에 안장하러 가는 두 여성의 이야기로, 혈통이나 가문이라는 가족의 질서를 전복시키고 그 자리에서 새로운 질서를 탐색하는 작품이다.

두 사람 앞에 등장한 남성은 사실 윤미의 아빠 상택이었다. 상택은 손수 합동묘를 만들었고 딸이 사후에 묻힐 자리까지 준비해놨다. 상택은 퇴직 후 7년간 매일 이곳에 들렀다. 그가 가족들의 사후 묫자리에 마음을 쓴 건, 그러나 그저 가족을 향한 사랑 때문만은 아니었다. 상택의 어머니는 13세 때 결혼해 2년 후 남편을 잃었는데, 문제는 어머니에 앞서 '큰어머니'가 있었다는 점이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어머니가 후처, 더 낡은 방식으로 말하자면 상택은 서자였다.

과거엔 이런 일이 잦았고, 그래서 본처가 후처를 천시하거나 역으로 후처가 본처를 밀어내는 일도 비일비재했다지만, 두 여성의 삶은 달랐다. 어머니는 큰어머니를 '언니'로 부르며 남편 없는 집에서 평생을 함께 살았다. 그것도 극진히 모시면서. 그러나 친척들은 상택과 그의 어머니를 늘 천대했다. 상택이 집착한 합동 가족묘는, 서러움을 씻기 위한 일종의 인정투쟁과 같았다. 선산에 흩어진 묘를 안전하게 모심으로써 종친회에서 인정받으려 했다.

이 지점에서, 강아지 조아의 유골함을 합동 가족묘에 넣는 문제는 단지 반려동물의 유골을 묻는 이야기를 넘어선다. 가부장적 질서를 어긋나게 만드는 대목이 감지돼서다. 소설은 '남성 중심의 가족묘' 안에 인간이 아닌 존재의 유골을 들여놓음으로써 엄숙한 가족 질서를 흔들게 된다. 지윤과 윤미 두 여성의 관계는 서로 의지했던 상택의 어머니와 큰어머니, 또 두 사람이 해외에서 만났던 '올가'와 '남딴'이란 두 할머니와도 같은 층위에서 도식을 이룬다. 유골함을 곤죽으로 만든 반지하의 습기와, 산사태를 일으킨 폭우가 병치되는 등 상징으로도 가득하다.

안보윤 소설가는 "가부장제의 종말을 말하는 소설로 읽었다. 상택이 진심을 다해 정리하려 했던 것은 이미 죽어버린 것, 사라진 것, 엉망이 된 것들인데 그 낡은 질서 속으로 강아지의 유골함이 밀어 넣어지는 순간 가족묘의 권위는 무너진다"고, 강동호 평론가는 "상택이 만들고자 하는 합동 가족묘는 혈연과 가부장적 계보를 보존하려는 장소처럼 보이지만 그 빈자리에는 죽은 반려견 조아와 지윤·윤미의 관계, 그리고 어머니와 큰어머니의 비규범적 삶까지 스며든다. '빈 묘'는 죽음의 장소가 아니라, 배제됐던 관계들이 새롭게 가족으로 호명되는 역설적 장소가 된다"고 평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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