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양성평등 수준이 어느정도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국가성평등지수'가 사실상 처음으로 전년 대비 하락했다.
17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23년 국가성평등지수'는 65.4점으로 2022년(66.2점) 대비 0.8점 줄었다. 국가성평등지수는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우리나라 양성평등 수준을 계량적으로 파악하고 정책 추진 방향을 수립·평가하고자 2010년부터 매년 발표되고 있다. 남녀 격차를 측정해 완전 평등 상태는 100점, 완전 불평등 상태는 0점으로 나타낸다.
우리나라 국가성평등지수는 조사 첫해 66.1점을 시작으로 매년 상승해 2021년 75.4점까지 올랐다. 2022년에 점수화 체계를 대폭 개편하면서 새 지표로 다시 산출한 2021년 지수는 65.7점이었다. 2022년엔 그보다 0.5점 올랐다. 사실상 2010년 이후 2022년까지 매년 지수가 전년 대비 상승하다 2023년에 처음으로 하락한 것이다.
여가부는 "지금까지 (점수가) 떨어진 적이 없는 건 맞다"면서도 "2022년에 점수 체계가 개편됐기 때문에 동일한 선상에서 비교하기엔 어려운 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2023년 영역별 성평등 수준을 보면 교육(95.6점)이 가장 높았다. 건강(94.2점), 소득(79.4점), 고용(74.4점), 양성평등의식(73.2점), 돌봄(32.9점), 의사결정(32.5점)이 뒤를 이었다.
가장 크게 나빠진 영역은 양성평등의식으로 전년 대비 6.8점 줄었다. 특히 양성평등의식 영역의 세부 지표인 '가족 내 성별 역할 고정관념'은 60.1점에서 43.7점으로 16.4점이나 줄었다. 돌봄 영역도 33.0점에서 32.9점으로 소폭 낮아졌다.
의사결정 영역은 30.7점에서 32.5점으로, 고용 영역은 74.0점에서 2023년 74.4점으로, 소득 영역은 78.3점에서 79.4점으로 개선됐다. 전국 17개 지역의 성평등 수준을 4등급으로 구분한 지역성평등지수의 경우 '상위 지역(74.05∼71.57점)'으로 서울·대전·세종·충남·제주가 꼽혔다.
이동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주류화연구 본부장은 지수가 하락한 원인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돌봄기관 미운영, 원격 수업 등으로 여성들의 가족 내 가사 돌봄이 늘어난 점, 육아휴직·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육아 지원 제도를 여성들이 주로 많이 사용하는 점 등이 전반적으로 영향을 줬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