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출한도 대폭 더 조여
분양때 잔금대출에도 적용
래미안트리니원 등 로또분양
현금없으면 '그림의떡' 될듯
내 집 마련 기회와 함께 많게는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제공하던 청약 당첨 역시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소수의 전유물이 됐다.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가 4억원으로 제한되고, 25억원 이상 고가 주택의 경우 2억원까지 대폭 축소되기 때문이다.
19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말 입주자 모집공고를 낼 예정인 서초구 '래미안 트리니원' 역시 잔금대출 한도가 2억원 또는 4억원으로 제한될 전망이다. 서초구 반포1단지 3주구를 재건축한 이 단지는 지난달 분양가심사위원회를 통해 3.3㎡당 8484만원으로 분양가를 확정했다. 분양가는 전용면적 59㎡가 약 21억원, 전용 84㎡는 약 28억원으로 예상된다.
인근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59㎡가 지난 8월 42억5000만원에 거래됐고, 전용 84㎡의 경우 같은 달 71억5000만원에 손바뀜한 것과 비교하면 20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이 예상되지만 현금 부자가 아니라면 청약 도전 자체를 할 수 없는 구조다.
이달 중 분양공고가 예정된 '아크로 드 서초' 역시 전용 59㎡의 분양가가 20억원 선으로 책정될 전망이라 대출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 서초동 신동아1·2차를 재건축하는 이 단지는 10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이 예상된다. 연내 분양이 예정된 잠원동 신반포21차 재건축 '오티에르 반포'도 상당한 시세차익이 기대되지만 대출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기존에는 잔금을 치를 때 전세를 끼고 매수(갭투자)하는 방식으로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사실상 막혔다. 세입자를 들여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던 방법도 6·27 규제로 인해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돼 쉽지 않다.
결국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가 '로또 청약'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강남권 분양 시장을 현금 동원력이 절대적인 '현금 왕국'으로 변모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약 자체는 무주택자에게 열려 있지만 실질적으로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는 '당첨 후 입주'의 권리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소수 부자들에게만 집중되는 결과를 낳게 됐다.
정부가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으면서 청약 자체의 난도 역시 올라갔다. 규제지역이 아닌 경우 청약 통장 가입 기간이 1년 이상에 납입 횟수가 12회 이상일 경우 1순위 청약을 넣을 수 있지만, 규제지역은 가입 기간 2년 이상에 납입 횟수 24회 이상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 분양권 전매제한이 1년에서 3년으로 늘어나고, 재당첨 제한도 10년으로 묶이게 된다. 실제 '규제 직전 막차' 청약 단지로 관심을 모았던 동작구 사당동 '힐스테이트 이수역 센트럴'은 세 자릿수 경쟁률로 1순위 청약을 마감 했다.
[박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