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75㎝·몸무게 89㎏·까무잡잡한 피부." 슬랙스 바지에 셔츠는 출근복, 집에선 티셔츠와 반바지만 주로 입는다. '패알못'(패션을 알지 못하는 사람) 기자가 막상 꾸미려고 하니 어떤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고민스러운 게 사실이다. 유명 패션앱에 들어가 원하는 스타일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눈대중으로 소재와 치수를 가늠하다 보니 제품을 실제 받으면 생각했던 것과 달라 교환하는 사례가 대다수다.
지난 17일 찾은 '대치동 더한섬하우스 서울점'에서 이러한 고민을 단숨에 해결했다. VIP 고객을 대상으로 운영하던 한섬의 '스타일링 클래스'를 직접 체험하면서다. 이 서비스는 고객의 성향에 맞춰 어울리는 옷 스타일을 찾게 도와주는 작업이다. 일반 고객도 1시간에 10만원을 내면 한섬 소속의 디자인실장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부터 1 대 1 스타일링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타임옴므 1 대 1 클래스 직접 겪어보니
이날 스타일링 클래스엔 서영범 한섬 타임옴므 디자인실장이 나왔다. 사전에 제출한 6쪽 분량의 설문지를 토대로 취향에 맞춰 어울릴 만한 여러 벌의 옷을 준비해놨다. 앞서 진행 설문에선 옷 사이즈를 비롯해 직업, 라이프스타일, 선호하는 소재, 자주 입는 옷 브랜드, 평소 옷을 고르는 기준 등의 질문이 담겼다.
대형 옷걸이에 진열된 옷들 중 민트 색깔의 가디건에 눈길이 꽂혔다. 항상 쇼핑몰에서 도도한 색감에 매혹돼, 도전해볼까 고민하다가 어울리지 않을 것이 뻔해 포기했던 컬러다. 가디건 안에는 답답한 셔츠 대신 가벼운 소재로 만든 민소매 티셔츠가 자리 잡았다. 민트 색깔의 단정한 가디건과 흰색의 민소매 티셔츠는 예상치 못한 조합이었다. 분명 어색할 것이란 생각은 금세 사라졌다. 격식 있는 자리에 충분히 입고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자유롭고 멋스러운 스타일을 연출하면서다.
무엇보다 입을 때 편안해야 한다는 게 서영범 실장의 원칙이다. 스타일링을 해줄 때 소재가 편안하고 계절과 실용적인 측면을 고려하고 있다. 다음으론 통풍이 잘돼 시원한 리넨 소재를 원단으로 한 아우터를 입어봤다. 이날 스타일링 해준 신발도 상대적으로 불편한 구두 대신 스니커즈, 로퍼 등 편하게 신을 수 있는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서 실장은 "취향 고려 없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요하던 시절을 지나 최근엔 취향에 맞춰 유연한 스타일이 중요해졌다"면서 "이 클래스는 고객이 원하는 틀 안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제시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옷 스타일이 편안하다고 '아재스러운' 건 아니다. 이번 스타일 클래스에선 상하의 소재와 색상을 통일해 단순함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가벼운 소재를 기반으로 캐주얼하면서도 가디건과 자켓을 통해 클래식한 느낌도 같이 살렸다. 이렇게 차려입고서 직장부터 집 근처 편의점까지 어디든 갈 수 있는 실용성도 갖췄다.
스카프 하나로 '룩' 완성… "소재를 맞추거나 색깔로 매칭해야"
이날 여성 잡화 스타일링 클래스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클래스 취재를 허락해준 황모씨(31)는 김수영 한섬 잡화VMD실 팀장으로부터 1 대 1 컨설팅을 받고 있었다. 이 클래스에선 스카프를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니라 셔츠나 티셔츠 등 메인 의상으로 변신시켜 하나의 룩을 완성할 수 있는 포인트로 삼았다. 가방과 벨트, 모자, 신발 등의 잡화를 포인트 액세서리로 활용해 우아한 분위기도 연출했다.
김수영 팀장은 "액세서리 스타일링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소재를 맞추거나 색깔을 매칭하는 것"이라며 "큰 돈 들이지 않고 잡화 하나로 옷 스타일 분위기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클래스 만족도 높았던 황씨도 그 자리에서 착용했던 악세서리 제품을 구매했다.
한섬은 스타일링 클래스가 끝난 뒤 고객이 입었던 의류와 잡화에 대한 정보를 PPT로 정리해서 제공하고 있다. 가격부터 소재, 판매 매장 등이 나열돼 있다. 실제로 타사 브랜드 VIP였던 한 남성 고객은 타임옴므의 스타일링 클래스를 체험한 뒤 현장에서 2000만원어치 의류를 주문한 사례도 있다. 그만큼 한섬의 스타일링 클래스 체험이 만족스러웠다는 것을 방증한다.
4050세대 고객이 타임옴므의 주 고객층이라는 게 한섬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영범 실장은 "나이가 들수록 옷을 대충 입는다는 생각은 편견"이라며 "지금의 4050세대는 과거와 달리 자신을 가꾸는데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갑 사정이 여유롭지 않은 입장에선 옷값이 비싸 쉽사리 손이 가질 않다는 점도 있다. 타임 브랜드에선 티셔츠 한 장 값만 수십만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식 온라인몰인 더한섬닷컴에서 모집하는 일반 고객 대상 스타일링 클래스는 공고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항상 정원을 채워 마감된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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