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세 분기만에 다시 마이너스(―) 성장률로 전환하며 역성장했다. 내수 부진으로 인해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둔화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경제 성장률도 한국은행이 당초 예상한 1.5%보다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은 올 1분기(1~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속보치)이 ―0.2%로 집계됐다고 24일 발표했다. 앞서 한은은 올 2월 1분기 GDP 성장률을 0.2%로 전망한 바 있는데 이보다 0.4%포인트(P)나 낮은 수치가 나온 것이다.
앞서 한은은 이달 17일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그 배경으로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 △미국 관세정책 우려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 △역대 최대 산불 피해 △일부 건설 현장 공사 중단 △고성능 반도체(HBM) 수요 이연 등을 거론했다.
부문별 기여도를 보면,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각 ―0.4%P, ―0.2%P를 기록하며 1분기 성장률을 낮추는 데성 기여했다. 민간소비(0%P)와 정부소비(0%P)는 성장률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와 투자를 포함한 전체 내수는 성장률을 0.6%P 주저앉힌 반면 순수출은 오히려 0.3%P 끌어올렸다. 수출이 줄었지만 수입 감소 폭이 더 컸던 점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성장률과 관련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23일(현지 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소비와 투자 심리가 악화됐다”며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이후 6월 3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가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대선을 통해) 경제심리와 소비, 투자가 얼마나 회복될 지 지켜봐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국 경제가 1분기 역성장을 거두면서 올 한 해 동안의 성장률도 당초 예상보다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은 당초 올해 연간 성장률을 1.5%로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해외 기관들이 계엄 사태와 관세 전쟁 영향을 반영해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낮추고 있어, 한은 역시 성장률을 낮출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영국의 민간 연구 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CE)는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0.9%로 내렸으며 바클리(Barclays)는 1.6%에서 1.4%, HSBC는 1.7%에서 1.4%로 각각 하향 조정한 바 있다. S&P의 경우 한국의 금년도 경제 성장률을 2.0%에서 1.2%로 무려 0.8%포인트 낮추기도 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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