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은 이 날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2007년 1월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열린 맥월드 행사에서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오늘 애플은 세 가지 제품을 소개한다”며 무대에 섰다. 멀티터치 기반의 아이팟, 혁신적인 휴대전화, 인터넷 통신기기 등 키워드를 소개한 그는 곧 “이건 세 가지가 아니라 하나의 제품”이라며 첫 번째 아이폰을 공개했다. IT 역사상 가장 극적인 순간이었다.
아이폰은 기존 '스마트폰' 개념을 단번에 무너뜨렸다. 당시 스마트폰은 키보드와 스타일러스를 사용하는 블랙베리, 팜 등의 틀에 갇혀 있었다. 아이폰은 정전식 터치스크린과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 통신·미디어·웹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듬해인 2008년 구글은 오픈소스 기반의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공개했다. 삼성, HTC, LG 등 제조사가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iOS와 안드로이드의 양강 체제가 형성됐다. 한국 역시 2009년 아이폰 3GS 출시 이후 스마트폰 대중화가 본격화됐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해 모바일 콘텐츠 유통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애플리케이션 중심의 생태계가 만들어졌고 스마트폰은 단순한 통신기기를 넘어 금융·커머스·소셜·게임·헬스케어 등 모든 산업의 플랫폼으로 확장됐다. 카카오톡, 배달의민족, 토스, 쿠팡 등 수많은 한국 모바일 스타트업이 이 시기에 태동했다.
스마트폰 혁명은 글로벌 ICT 질서도 재편했다. 노키아, 모토로라 등 피처폰 중심 기업은 몰락했다. 구글과 애플은 소프트웨어·플랫폼 기반 생태계 지배자로 군림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 1위 자리를 꿰찼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