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6년 11월 넥슨이 '바람의 나라'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며 한국 온라인게임 시대의 막을 올렸다. 그래픽 기반 멀티플레이 온라인 롤플레잉게임(MMORPG)의 등장으로 텍스트 위주였던 PC통신 게임에서 본격적인 게임 플랫폼 산업으로 진화하는 전환점이 됐다.
바람의 나라는 김진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김정주·송재경 등이 개발을 주도했다. 1994년 개발을 시작해 1996년 4월 PC통신 천리안에서 베타 서비스를 거쳐 11월부터 상용화됐다. 당시 월 4만원 수준의 정액제 요금을 책정해 시장 진입 장벽은 높았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함께 모험하고 소통하는 신개념 게임 경험으로 유저들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서비스 초기에는 통화료 부담과 불안정한 접속 환경 탓에 한 달 매출이 100만원에 불과했다. 접속장애 고객문의에 넥슨 창업자인 고 김정주 대표가 직접 전화를 받아 대응할 정도로 운영 여건도 열악했다. 하지만 유저 커뮤니티 중심의 입소문과 콘텐츠 확장에 힘입어 점차 이용자가 늘었고 온라인게임이 독립된 산업군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1998년부터는 미국, 일본, 프랑스 등 해외 진출도 시작됐다. 바람의 나라는 이후 2011년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 서비스된 그래픽 MMORPG'로 등재되며 상징성을 인정받았다.
바람의 나라는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의 시작이자 넥슨을 비롯한 국내 게임사가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가는 시발점이었다. PC방 확산, 인터넷 보급과 맞물려 대중문화와 산업 양 측면에서 온라인게임의 정착을 이끈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