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억 원 규모 투입… 미래형 상급종합병원 추진

18 hours ago 2

고려대 안암병원 ‘중증 의료 고도화 프로젝트’ 착수
첨단장비 갖춰 수술-시술 동시에
하이브리드 수술실 새롭게 구축
중환자실 135병상 규모로 확대

고려대 안암병원 조감도. 고려대 안암병원이 ‘중증의료 고도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병원은 중증·응급·외상·심뇌혈관질환 중심의 최종 치료기관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고려대 안암병원 조감도. 고려대 안암병원이 ‘중증의료 고도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병원은 중증·응급·외상·심뇌혈관질환 중심의 최종 치료기관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고령화와 중증 환자 증가로 상급종합병원의 역할 재정립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고려대 안암병원이 대규모 중증 의료 기반 확충에 나선다. 중환자실과 수술실, 응급 병상 등을 전면 확대해 급성기·중증 질환 중심 진료 체계를 강화하고 상급종합병원의 핵심 기능인 최종 치료 역량을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응급·중환자 치료 기반 대폭 확충

고려대 안암병원은 오는 19일 본관 리모델링과 수술부 확장 기공식을 열고 약 1200억 원 규모의 ‘중증 의료 고도화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본관 1·2병동 리모델링과 수술부 확장을 중심으로 약 36개월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리모델링 면적은 3402평(약 1만1246㎡), 증축 면적은 2077평(약 6866㎡) 규모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시설 확장을 넘어 환자 치료 흐름 전반을 재설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병원 도착 이후 응급 대응과 검사·진단, 수술, 중환자 치료, 회복 단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설계해 중증 환자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 시간을 줄이고 치료 효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안암병원이 가장 먼저 강화하는 분야는 중환자 치료 기반이다. 고령 환자 증가와 심뇌혈관질환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중환자실과 응급 병상, 감염 대응 병상을 대폭 확대한다. 병동 리모델링을 통해 중환자실 32병상, 고위험 산모 집중치료실 14병상, 응급 병상 5병상, 감염 격리병상 19병상이 추가 확보된다. 사업 완료 후에는 고위험 산모 집중치료실 22병상, 격리병상 34병상, 응급 병상 35병상이 운영되며 중환자실은 총 135병상 규모로 확대된다.

특히 확대되는 중환자실은 전 병상을 1인실 중심으로 구성해 감염 관리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감염 대응 역량이 상급종합병원의 핵심 기능으로 주목받은 만큼 평상시에도 감염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안암병원은 뇌졸중 집중치료실과 무균병동, 정신건강의학과 병동도 함께 개선해 집중 치료가 필요한 환자 치료 역량을 높일 계획이다.

수술실 30% 확대… 고난도 수술 역량 강화

수술 기능 강화 역시 이번 사업의 핵심축이다. 수술실은 기존보다 약 30% 확대돼 8개 수술실이 추가된다. 특히 첨단 영상 장비를 활용해 수술과 시술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수술실이 새롭게 구축된다. 하이브리드 수술실은 중증 외상이나 심뇌혈관질환처럼 신속한 판단과 복합 처치가 필요한 환자 치료에서 강점을 가진다. 환자 상태 변화에 따라 수술과 혈관 중재 시술 등을 즉각 병행할 수 있어 응급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안암병원은 이를 통해 권역 외상 환자와 고난도 심뇌혈관질환 환자 치료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중앙공급실과 영상의학과도 함께 확장해 수술실 운영 효율을 높인다.

스마트 병원 시스템 구축도 병행된다. 기존 다인 병실은 스마트 병실로 전환되며 병동에는 환자 안전 데이터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도입된다. 해당 시스템은 국내 최초 클라우드 기반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PHIS)’과 연동된다. 의료진은 병동 스테이션 전자 현황판을 통해 환자 상태와 낙상 위험 등 주요 안전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각 병실에서도 환자별 안전 정보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스마트 시스템 구축이 단순한 디지털 전환이 아니라 환자 안전성과 의료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환자 데이터를 병원정보시스템과 연계해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면 중증 환자 상태 변화에도 더욱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암병원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중증·응급·외상·심뇌혈관질환 중심의 최종 치료기관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이 모든 질환을 포괄적으로 진료하기보다 고난도 치료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의료전달체계가 재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승범 고려대 안암병원장은 “이번 사업은 안암병원이 최종 치료기관으로서 중증 의료와 수술 기능을 동시에 고도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진료 시스템을 함께 업그레이드해 환자 중심의 고난도 치료 체계를 구축하고 미래형 병원으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상급병원, 다른 병원서 하기 어려운 고난도 치료 집중해야”

한승범 고려대 안암병원장 인터뷰

한승범 고려대 안암병원장.

한승범 고려대 안암병원장.
고려대 안암병원이 약 1200억 원을 투입해 중환자실과 수술실, 응급 병상 등을 대폭 확충하는 ‘중증 의료 고도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한승범 고려대 안암병원장은 이번 사업을 단순한 시설 확장이 아닌 ‘중증 의료 체계 재설계’라고 표현했다. 고령화로 심뇌혈관질환과 중증 응급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이 맡아야 할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원장은 “상급종합병원은 앞으로 다른 병원에서 하기 어려운 고난도 치료와 수술을 담당하는 최종 치료기관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 원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사업을 ‘중증 의료 체계 재설계’라고 표현한 이유는 무엇인가.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심뇌혈관질환이나 중증 응급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이제 급성기·중증 질환 중심으로 역할이 더 명확해져야 한다. 단순히 병상을 늘리는 수준이 아니라 응급 대응과 검사·진단, 수술, 중환자 치료가 하나의 흐름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사업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중증 환자를 위한 병상을 최대한 확보하고자 했다. 병실 총량제 때문에 병상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지만,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가 적시에 치료를 받고 입원과 수술로 연결될 수 있도록 응급 병상을 늘리고자 했다.”

―고위험 산모 집중치료실 확대도 포함됐다.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의 치료는 상급종합병원이 반드시 맡아야 할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치료를 감당할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다. 대학병원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와 의료 현장이 바라보는 중증의 기준이 다른가.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중증과 정책 기준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고령 환자의 고관절 골절 수술은 굉장히 위험도가 높다. 48시간 이내 수술이 중요하다고 할 정도로 생명과 직결된다. 그런데 정책적으로는 비(非)바이털 영역처럼 분류되는 경우가 있다. 현장은 환자 상태와 위험도를 보는 데 반해 정책은 질환 중심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현재 중증 의료 체계가 암 중심으로 설계됐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는 암을 중심으로 중증을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구조가 계속되면 모든 병원이 암 전문병원처럼 갈 수밖에 없다. 병원의 역할을 더 세분화 해 암 잘하는 병원, 심혈관질환 잘하는 병원, 신경외과 중심병원과 같이 기능을 나눌 필요가 있다.”

―반복되는 ‘응급환자 이송체계’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하나.

“응급환자 이송체계 문제가 너무 단편적으로 소비되는 경우가 있다. 중요한 것은 적재적소에서 제대로 치료받게 하는 시스템이다. 같은 분야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지역 단위로 묶어 국가 차원에서 당직 시스템을 관리하고 조율할 필요가 있다.”

―하이브리드 수술실 구축의 의미는 무엇인가.

“하이브리드 수술실은 단순히 장비를 하나 더 들여오는 개념이 아니다. 구조 자체를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첨단 영상 장비를 기반으로 수술과 시술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어 권역 외상 환자나 심뇌혈관질환 환자처럼 시간과 속도가 중요한 환자 치료 역량을 높일 수 있다.”

―스마트 병원 구축도 중요한 축이다.

“병실에서 환자 상태나 혈압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병원 정보 시스템과 연동하면 환자 안전성이 훨씬 높아진다. 결국 미래 병원은 데이터 기반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단순한 디지털 전환이 아니라 환자 안전과 치료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병원장이 생각하는 미래형 병원은 어떤 모습인가.

“우리나라를 선도하는 최고 수준의 상급종합병원이 되는 것이 목표다. 다만 단순히 규모가 큰 병원이 아니라 사람 냄새가 나는 병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술 잘하는 병원을 넘어 사회적 역할과 책임까지 함께 고민하는 병원, 그런 미래형 병원을 만들고 싶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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