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노조, 창사 이래 첫 파업…검은색 옷 입고 판교 행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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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13~14% 성과급 요구
오후 3시까지 부분 파업…800여명 참여

10일 경기 성남시 판교 일대에서 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창사 20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 성남=한채연 기자 chaezip@donga.com.

10일 경기 성남시 판교 일대에서 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창사 20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 성남=한채연 기자 chaezip@donga.com.

10일 오전 11시 30분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 검은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카카오 노조 조합원 약 300명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들은 ‘카카오 파업 승리로 공동교섭 쟁취하자’고 적힌 피켓을 들고 H스퀘어까지 약 800m 구간을 행진했다. 행렬이 차로를 따라 지나가자 점심시간을 맞아 거리로 나온 판교 직장인들이 걸음을 멈추고 지켜봤다. ‘국민 메신저’를 만드는 회사에서 창사 20년 만에 처음 펼쳐진 풍경이었다.

카카오 노조(전국화학섬유식품노조 카카오지회)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에 나섰다. 2006년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이 설립된 지 약 20년 만이다. 노조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부분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파업에는 카카오 본사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 조합원이 참여했다. 행진을 마친 조합원들은 낮 12시 30분부터 유스페이스 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집회를 이어간다. 노조는 오후 집회에 추가로 합류하는 인원까지 더하면 파업 참여 규모가 총 8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 “경영 실패 책임지라”…고용안정 요구

파업의 발단은 성과급이었다. 노사는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지난해 영업이익의 몇 %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을지를 놓고 맞서다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3~14%에 해당하는 1인당 약 1000만 원의 성과급을 요구하면서, 사측이 지급해 온 500만 원 규모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은 여기에 포함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RSU를 포함한 영업이익의 약 10%를 제시하며 “노조가 요구하는 보상안 규모가 회사 경영에 큰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고 맞섰다. 미래 투자 여력과 주주가치를 고려하면 성과 보상은 지속 가능한 범위여야 한다는 논리다. 지난달 27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조정 중지로 쟁의권을 확보한 노조는 이달 1일 파업 계획을 발표했고, 이후 추가 교섭에서도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이처럼 교섭 테이블의 쟁점이 숫자였다면, 거리로 나온 조합원들의 목소리는 경영진을 향했다. 행진에 앞서 현장에 마련된 커피차에는 “고용불안 성과독점 경영진은 퇴진하라 모두가 모든 것을 멈춰!”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고, 행진 내내 “고용안정 쟁취! 무책임한 경영진 퇴진!”이라는 구호가 거리에 울려 퍼졌다.

앞서 노조는 파업을 예고하며 “지속적인 경영 실패로 매각과 분사, 구조조정이 반복되고 있다”며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고용 불안을 초래하고도 압도적인 보상을 독점하는 경영진 중심의 보상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과급 갈등 이면에 전현직 경영진의 거듭된 판단 착오가 근로환경 악화와 내부 혼란으로 이어졌다는 불신이 쌓여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 노조에 따르면 분사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구조조정을 거치며 직원이 1200명에서 500명 수준으로 줄었다.● 카톡 차질 가능성 낮아…정부도 점검

파업에도 카카오톡 등 주요 서비스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카카오 측의 설명이다.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필수 인력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데다 주요 시스템 상당 부분이 자동화돼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는 수많은 이용자의 일상을 연결하고 소상공인과 파트너들의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플랫폼 기업”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이용자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대응 체계를 갖추고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8일 카카오와 점검회의를 열어 카카오톡, 카카오맵 등 주요 서비스의 비상대응체계와 장애 대응 방안을 살폈다. 다만 노조가 교섭 상황에 따라 파업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이겠다고 예고한 만큼,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남=한채연 기자 chae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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