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쿠폰을 많이 사용할 수 있는 남동부 장시성으로 결정했어요." 5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우모씨는 "생각보다 길어진 연휴에 가족여행이 가능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이어지는 노동절 황금연휴를 내수 활성화 동력으로 삼고 있다. 미국과의 관세 전쟁 타격이 현실화하고 있는 만큼 연휴 기간 집중적인 소비 확대로 수출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국가철도그룹에 따르면 노동절 연휴 기간 철도 여객 수송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세를 나타냈다. 연휴 시작일인 1일 2311만9000명으로 일일 수송량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번 연휴에 중국 국내선 항공기를 이용한 승객은 지난해 연휴 대비 8% 증가한 1075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은 소비 진작을 위해 노동절 연휴를 연장했다. 법정 공휴일은 기존 1일에서 1~2일로 늘리고 대체 근무를 통해 5일도 연휴에 포함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4일만 연차를 내면 최장 11일 동안 쉴 수 있다"며 장기 휴가를 유도하기도 했다.
각 지방정부도 경쟁적으로 '휴일 경제'를 위한 행사를 벌였다. 도자기로 유명한 장시성은 지역 관광 명소를 최대한 활용해 100개가 넘는 문화·관광 행사를 열었다. 하이난성은 연휴 기간 총 1600만위안(약 31억원)의 외식·면세 쇼핑 쿠폰을 발행했다. 닝샤에선 연휴 기간에만 24건의 보상 판매를 진행해 소비재 보상 판매 보조금만 최소 4000만위안에 달했다.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 도시에서도 소비 촉진을 위해 관광지 입장권 할인 쿠폰을 발행했다.
이처럼 중국 정부가 노동절 연휴 내수 경기 활성화에 집중한 이유는 올 2분기 경제 성장의 최대 변수가 될 수 있어서다. 중국은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5.4% 성장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분기 들어 미·중 관세 전쟁 여파로 수출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이 때문에 2분기 이후 소비 확대가 뒷받침돼야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달성이 가능하다.
중국의 한 기업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소비 촉진과 경제 안정이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노동절 연휴 이후 미국 대중 관세 인상의 충격을 받고 있는 중국 수출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책과 함께 소비 활성화를 이어가도록 대출우대금리(LPR) 인하, 지급준비율(RRR) 인하 등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뒤따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