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kg 빠져 좋아했더니…" 충격 결과에 비만약 시장 '발칵'

4 days ago 9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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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감소 치료 시장이 비만약 열풍을 계기로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혁신 비만약 투여자들이 체중과 함께 상당한 근육 감소를 겪는다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신성장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약 개발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위고비 열풍’의 이면

올해 국내 판매액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비만약 시장이 새로운 위협에 직면했다.

블록버스터 비만약 위고비의 주성분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이다. 뇌가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장 호르몬 ‘인크레틴’의 유사체다. 이 성분은 식욕을 억제하고 위에서 음식물 배출을 늦춘다. 중추신경계에 포만 신호를 보내 전체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는 효과를 낸다. 수년 전에도 같은 원리의 비만약이 있었지만, 투약 편의성 개선이 시장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는 2018년 위고비와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체중 감량 효과를 내는 ‘삭센다’를 국내에 출시했다. 위고비는 그로부터 6년 뒤에 나온 같은 회사의 신제품이다. 결정적 차이는 매일 맞아야 했던 피하주사 횟수를 1주일에 한 번으로 줄였다는 점이다.

투약 편의성의 획기적 개선은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삭센다는 국내 출시 5년이 지난 2023년 기준 매출이 668억원에 그쳤다. 삭센다가 국내에서 낸 최대 매출이다. 이에 비해 국내 출시 2년 차인 위고비 매출은 지난해 4700억원에 달했다. 뒤이어 미국의 빅파마, 일라이릴리까지 참전하자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지난해 8월 일라이릴리가 출시한 마운자로는 뛰어난 효능으로 입소문을 타며 하반기에만 매출 2155억원을 올렸다.

선풍적인 인기는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의 관심을 이들 ‘마법의 비만약’에 집중하게 했다. 동시에 지난 수년 동안 거의 관심을 두지 않던 감량 효과를 더욱 상세히 들여다보는 연구를 촉발했다. 열풍 이면에 숨겨진 문제점이 쏟아지기 시작한 계기다.

"10kg 빠져 좋아했더니…" 충격 결과에 비만약 시장 '발칵'

◇제지방량 40% 줄이기도

최신 연구를 종합하면 비만약 투여자 체중 감량분의 25~40%는 제지방량(근육을 포함한 비지방 조직)이다. 고령자의 경우 건강을 크게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연구원들은 우리 몸이 칼로리 섭취량 급감을 ‘에너지 부족 상태’로 인식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때 몸은 생존을 위해 지방뿐 아니라 근육 단백질까지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 단백질 섭취가 충분하지 않거나 저항성 운동을 병행하지 않으면 이 현상에 가속도가 붙는다.

문제는 근육이 단순한 ‘움직임 기관’이 아니라 인체 대사의 핵심 축이란 점이다. 근육은 몸속에서 사용되는 포도당의 상당 부분을 처리하는 장기이자,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작용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돕는 주요 조직이다. 근육량이 부족하면 당 대사 능력이 떨어져 당뇨, 지방간, 대사증후군 위험이 높아진다.

체중 감량 과정에서 나타나는 근감소는 근력 저하를 넘어 심혈관 질환 등 전반적인 건강 악화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낙상과 골절이라는 물리적 위험도 커진다. 유준일 인하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50세 이상에서 고관절 골절이 발생하면 6개월 사망률이 3.4배, 1년 사망률은 2.5배로 높아진다”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근감소는 질환’ 패러다임 전환

비만약이 촉발한 다양한 근감소 연구는 새로운 시장의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근감소를 노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질환으로 봐야 한다는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어서다. 근감소증은 2016년 국제질병분류(ICD)에서 독립 질환 코드(M62.84)를 부여받으며 질병으로 인정받았지만, 여전히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공식 신약이 없다. 그동안 근감소의 원인을 대부분 운동 부족과 영양, 노화 문제로만 받아들인 영향이다.

질환으로의 재정의는 보험·진단·치료제 시장의 개화를 의미한다. 유럽과 아시아 학계는 새 치료제 시장의 출발을 알리는 ‘진단’ 기준을 구체화하며 근육량뿐 아니라 근력, 보행 속도 등 기능적 지표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관련 산업도 들썩이고 있다. 근감소 측정 디지털 바이오마커(질병 지표) 기술이 등장하고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와 웨어러블 기기, 인공지능(AI) 기술에 기반한 분석 플랫폼 개발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는 연구가 본격화했다. 이정우 연세대 원주의대 정형외과 교수는 “지난해 건강검진 데이터와 악력, 설문 결과를 AI로 분석해 근감소증 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음을 실증 연구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현재 임상 중인 후보물질이 혁신 신약으로 나오면 근감소증 시장은 기존 전망과 완전히 다른 고성장 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은 영양제와 관련 진단을 포함하는 광의의 근감소증 치료 시장이 올해 39억달러(약 5조8000억원)에서 2030년 50억달러로 비교적 완만하게 성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붙은 근육 살리기 경쟁

글로벌 빅파마는 이제 단순히 식욕 억제만으로는 비만 치료제 시장의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근육 살리기’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2023년 미국 대사질환 치료제 개발사인 베사니스바이오를 약 20억달러에 인수하며 근육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베사니스의 핵심 자산은 근육질환 치료제 ‘비마그루맙’이다. 미국 다른 신약 개발사 바이오헤이븐 또한 비슷한 약물 ‘탈데프그로베프’의 임상 2상에 진입했다.

스위스 로슈는 신약 후보물질 ‘에무그로바트’의 개발 방향을 기존 척수성 근육위축증(SMA) 치료 목적에서 근손실 예방으로 틀었다. 이 물질은 근육 성장을 억제하는 몸속 신호전달 물질(마이오스타틴)을 차단하는 효과를 낸다. 이광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노화연구센터장은 “마이오스타틴을 차단하면 동물 모델에서 근육량이 두 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근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목하고 있는 주요 표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미약품은 체중 감량과 동시에 근육량을 증가시키는 비만 신약 ‘HM17321’을 개발 중이다. 이엔셀은 희소 근육질환 샤르코마리투스병(CMT) 치료 목적으로 개발 중인 세포 치료제(EN001)를 근감소증에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장종욱 이엔셀 대표는 “EN001이 분비하는 사이토카인(세포 간 신호 물질)과 성장인자가 염증을 낮추고 근육 재생을 촉진하는 만큼 근육 기능 개선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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