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경력 14.3년 엔터 전문 기자들이 짚어주는 설렘 포인트. 마음을 흔드는 '소비', 덕질이 모여 트렌드가 된다. 이번 주 가장 많은 '덕질'을 부른 건 무엇일까.
"'21세기 대군부인' 회전문(재차 시청하는 행위) 돌고 싶은데 디즈니 '파티원'(이용료 절감을 목적으로 결성된 일시적 공유 그룹) 안 구하나요?"
"웨이브·디즈니·왓챠 대여합니다. 12시간 700원, 쿠팡플레이와 교환 가능."
"임가륜 주연 '가우천성' 보고 싶은데 아이치이(중국 드라마 OTT) 단기 대여 가능하신 분?"
최근 엑스(X)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구독료를 나눠 내거나 단기로 계정을 빌려줄 '파티원'을 찾는 게시물이 쉼 없이 올라온다. 국내외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계정을 공유하거나 성인 인증 여부까지 꼼꼼히 대조하며 'N분의 1' 결제를 제안하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고물가와 구독료 인상이 빚어낸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을 이겨내기 위해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OTT 노마드'가 늘어나는 모양새다.
스트림플레이션이 부른 '가성비 포트폴리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영상 콘텐츠 구독료가 꾸준히 오르는 이른바 '스트림플레이션'에 따른 반작용으로 분석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가성비 포트폴리오 시대의 OTT 이용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률은 89.1%로 사실상 성장 한계치에 다다랐다. 현재 유료 OTT 이용자는 평균 1.8개 서비스를 구독하며 월평균 1만990원을 내고 있는데, 이는 이용자들이 적정하다고 느끼는 1개당 구독료(7968원)를 넘어선 수치다.
이용자들의 지출 부담을 파고든 'OTT 공유 플랫폼'의 성업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최근 플랫폼별로 파편화된 스포츠 중계권은 팬들의 '구독료 피로감'을 임계점으로 몰아부치고 있다. 야구는 티빙, 축구는 쿠팡플레이 등 응원하는 종목에 따라 여러 앱을 설치하고 결제해야 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지갑이 얇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특정 경기 시간에만 계정을 빌려 쓰는 '시간제 대여'가 성행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Z세대는 구독료 등 각종 비용을 N분의 1로 나누는 방식에 익숙하다"며 "단순히 돈을 아끼는 차원을 넘어 게임에서 동료를 찾는 '파티원' 문화가 OTT로 확장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혀 모르는 타인과도 취향만 같다면 끈끈한 유대 없이도 유연하게 결합한다는 얘기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플랫폼마다 조금씩 다른 콘텐츠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여러 플랫폼을 구독하지만 실제 70% 이상은 중복 콘텐츠"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플랫폼마다 노마드족의 이동을 막으려 애쓰지만, 결국 이탈을 막으려면 좋은 콘텐츠를 꾸준히 내놓는 수 밖에 없다"며 "다른 곳에는 없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떨어지는 순간 소비자는 떠난다"라고 덧붙였다.
드라마는 '유인', 스포츠·예능은 '인'…이탈 방지가 생존 사활
플랫폼들도 유저들의 '가성비' 요구에 맞춰 대응 전략을 속속 바꾸고 있다.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국내외 OTT 연합군이 꺼내든 카드는 '결합 요금제'다. 티빙은 웨이브, 디즈니+를 한데 묶어 시청할 수 있는 '3팩' 이용권과 티빙·디즈니+를 조합한 '더블' 이용권을 새롭게 선보였다. 개별 구독할 때보다 가격을 대폭 낮춰 파편화된 이용자들을 결집시키고 신규 가입자를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이용자들의 선택은 '광고 요금제'의 덩치를 키웠다. 2025년 기준 넷플릭스와 티빙 이용자 중 34.8%가 광고 요금제를 선택했으며 이들의 향후 유지 의향은 87.3%에 달한다. 이용자들에게 OTT 콘텐츠는 이제 소파에 앉아 진지하게 감상하는 대상이 아니라 일상 중 언제든 켜고 끌 수 있는 '생활 배경음' 같은 존재로 변화했다는 해석이다.
'2025 KOCCA 트렌드' 보고서는 플랫폼들이 이제 신규 가입자 확보보다 기존 이용자의 요금제 최적화 및 이탈 방지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파티원을 꾸려 떠도는 유목민이 된 것은 결국 플랫폼이 가격만큼의 가치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단순히 화제성 있는 드라마 한 편에 기댈 것이 아니라 시청자의 일상적인 시간을 점유할 수 있는 본질적인 경쟁력을 증명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덕질경제학은…
팬덤의 '설렘'은 단순 '덕질' 소비를 넘어서 실질적인 경제 지표를 움직이는 '덕질 경제'로 자리잡았습니다. K-컬처를 매개로 발생하는 모든 현상을 총망라해 대중의 열광이 어떻게 '설레는 소비'로 치환되는지 그 이면의 수익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을 날카롭게 포착하고자 합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2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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