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22년간 1021개 풍덩.’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2500만 달러)가 열리는 TPC소그래스 스타디움 코스(파72)의 17번홀(파3)은 ‘악마의 홀’로 불린다. 2003년 이후 열린 21번의 대회에서 많을 때는 93개의 공을 삼켜 선수들을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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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C 소그래스 17번홀에서 선수들이 퍼트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13일(한국시간) 밤부터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 비치의 TPC 소그래스에서 막을 올린다. 총상금 2500만 달러에 우승상금 450만 달러(약 69억 원)로 PGA 투어 최다 상금을 자랑한다. 우승자는 마스터스와 US오픈, PGA 챔피언십, 디오픈 등 4대 메이저 대회 3년간 출전권과 5년 투어 시드 등을 받아 그야말로 부와 명예를 모두 가져가게 된다.
우승을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물’이 있다. 바로 17번홀이다. 이 홀은 호수 안에 그린이 있는 이른바 ‘아일랜드 그린’이다. 호수에 그린이 떠 있는 모습이 악마가 입을 벌리고 있는 것 같고 해마다 수십 개의 공을 집어삼켜 ‘악마의 홀’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세계랭킹 70위 맥스 호마(미국)은 2023년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16번홀까지 공동 3위를 달렸다. 그대로 경기를 끝냈더라면 132만 5000달러의 상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17번홀에서 더블보기를 적어내는 실수를 했다. 130야드로 길지 않아 선수들은 주로 웨지를 들고 쳐서 온그린을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호마가 티샷한 공은 물에 빠지고 말았다. 드롭존에서 3번째 샷을 해서 그린에 공을 올린 호마는 2타를 까먹어 공동 6위로 내려갔다. 상금은 73만 6607달러로 뚝 떨어졌다.
17번홀에선 호마처럼 악몽을 경험한 선수가 많다. 밥 트웨이는 2005년 대회 3라운드 때 이 홀에서만 무려 12타 만에 홀아웃했다. 안병훈은 2021년 대회 1라운드에서 공을 4개나 물에 빠뜨렸다. 이 홀에서만 8오버파(옥튜플보기)를 기록해 11타를 쳤다. 경기가 끝난 뒤 안병훈은 “살아가면서 나쁜 날을 겪으면서 배우고 앞으로 나아간다고 하지만, 오늘 17번홀의 티샷은 끔찍했다”고 씁쓸해했다.
애런 배들리(호주)는 17번홀과 악연이다. 지금까지 무려 14개의 공을 빠뜨렸다.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도 11개, 브룩스 켑카(미국)도 10개의 공을 물에 넣었다.
2003년 이후 17번홀에서는 무려 1021개의 공이 물에 빠졌다. 2007년 93개로 가장 많았고, 2003년과 2010년 29개로 가장 적었다. 2024년 대회에선 1라운드 9개, 2라운드 13개, 3라운드 6개, 4라운드 11개로 총 39개의 공을 삼켰다.
악몽의 홀이지만, 행운의 주인공도 있다.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은 2017년 대회 1라운드 때 이 홀에서 홀인원을 했다. 작년 대회에서는 라이언 폭스(미국)가 1라운드에서 홀인원을 기록해 14번째 홀인원의 짜릿한 ‘손맛’을 봤다. 폴 에이징어(1987년)과 카일 스탠리(2017년)은 대회 기간 나흘 동안 17번홀에서 버디를 기록했다.
알레한드로 토스티(아르헨티나)는 대회 개막 하루 전 연습 라운드 도중 17번홀에서 홀인원에 성공했다. 공식 기록으로 집계되지 않았으나 홀인원으로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토스티는 133야드 거리에서 52도 웨지로 친 공이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자 호수로 달려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17번홀의 1라운드 핀 위치는 그린 왼쪽 앞에서 21야드, 왼쪽에서 7야드 지점에 꽂힌다. 공을 떨어뜨린 여유 공간이 있어 그나마 쉬운 편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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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C 소그래스 17번홀의 전경. (사진=AFPBB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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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PGA투어미디어가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