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弗 들고 이민 온 한인 2세, 뉴욕 부동산 중심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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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弗 들고 이민 온 한인 2세, 뉴욕 부동산 중심에 서다

미국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5번가. 록펠러 센터와 트럼프 타워, 세인트패트릭 대성당과 명품 매장이 빼곡히 들어선 뉴욕의 상징 같은 거리다.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과 직장인, 쇼핑객이 하루종일 뒤섞이는 이 거리에 의외의 빈 땅이 하나 있다. 미국에서 1, 2위를 다투는 부동산 개발사 엑스텔이 18년에 걸쳐 마련한 자리다. 엑스텔은 46번가와 47번가 사이 건물을 하나씩 사들여 노른자위 블록을 통째로 비웠다. 신축이 귀한 5번가에 마지막 남은 빈 칸 같은 곳이다. 그 위로 지금 55층짜리 오피스 타워가 올라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무너졌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낡은 오피스는 비어가지만, 맨해튼 핵심 입지의 신축은 오히려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선다. 이곳 ‘570 피프스 애비뉴’ 역시 그렇다. 1층 골조가 올라가기도 전에 저층 상가는 이케아가 ‘맨해튼 1호점’으로 점찍었고, 오피스 층 3분의 2는 미국 대형 로펌 심슨대처가 연 1억8000만달러(약 2700억원)의 임대료를 내고 27년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美 최대 부동산회사 CEO로

사업비 40억달러의 이 거대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인물은 한국계 미국인 앤드류 정(53·오른쪽)이다. 그는 올 3월 엑스텔의 사장 겸 공동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창업자 개리 바넷 회장과 함께 회사를 이끄는 자리다. 뉴욕 부동산, 특히 엑스텔의 주특기인 럭셔리·프라임 시장은 오랜 자본 네트워크와 유대계 인맥을 바탕으로 뉴욕의 현지 ‘인사이더’들이 장악해온 ‘그들만의 리그’다. 누구를 아느냐에 따라 거래가 갈리고, 최상급 매물은 시장에 나오기도 전에 사라진다. 그 세계의 정점에 한국계가 선 것은 이례적인 사건이다.

출발은 화려하지 않다. 두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온 그는 퀸스와 브루클린을 오가며 자랐다. 단돈 100달러를 쥐고 도미한 아버지는 한동안 택시를 몰다 잡화점을 열었지만, 강도를 당한 뒤 가게를 접었다. 이후 한인 세탁소는 많은데 정작 한인 공급업체가 없다는 점에 착안해 세탁 장비·용품 회사를 차렸다. 정 CEO는 “아버지로부터 기업가 정신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어릴 적 브루클린 셋집에서 임대료 인상 때문에 이사를 나왔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때 막연히 세입자가 아니라 건물주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졸업한 정 CEO는 칼라일그룹 뉴욕 오피스를 10년간 총괄하며 엑스텔과 연을 맺었다. 2015년 독립해 자신의 회사를 차려 20억달러 규모 자산을 일궜지만, 바넷 회장의 러브콜을 받고 엑스텔에 합류했다. 총 거래가치가 360억달러(약 54조원)에 달하는 엑스텔은 뉴욕 스카이라인을 바꿔온 기업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주거용 빌딩인 센트럴파크타워를 비롯해 원57, 원맨해튼스퀘어 등을 개발했다.

◇“한·미 간 경제 가교 될 것”

엑스텔 합류를 고민하던 정 CEO를 “일생일대의 기회”라며 힘을 실은 이가 박화영 인코코그룹 회장(왼쪽)이다. 미국 맨땅에서 ‘붙이는 매니큐어’를 처음 개발해 거대 코스메틱 회사를 일군 박 회장은 6년 전 부동산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브루클린·롱아일랜드 일대 주거개발과 맨해튼 첼시 복합상가까지 총 5개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박 회장은 스스로 ‘다리’ 역할을 자처한다. 자신 같은 이민 1세대와 정 CEO 같은 2세를 잇고, 나아가 한국 자본과 뉴욕 현지의 주류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역할이다.

박 회장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캠프의 ‘한국계 미국인 최대 인맥’으로 꼽힐 만큼 명실상부한 ‘인사이더’다. 인코코그룹이 부동산 개발업에 진출하는 과정에서도 그 네트워크가 위력을 발휘했다. 박 회장은 “한국 투자자가 현지 정보 부족과 파트너십의 한계 탓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는 정 CEO 같은 뉴욕의 한국계 리더와 현지 네트워크, 한국 자본이 연결되면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본다. 정 CEO 역시 “엑스텔은 그동안 아시아 자본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며 “한국 문화와 기업, 인재가 주류에 진입하는 지금, 그 영향력을 미국 프라임 부동산 프로젝트에 녹이는 것이 앞으로 가장 설레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뉴욕=빈난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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