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검이 탈중앙화거래소(DEX)를 이용한 '밈코인 러그풀(Rug Pull)' 세력을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을 적용해 사기성 시세조작을 처벌한 첫 사례다.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부는 27일 밈코인 시세조작 사건과 관련해 시장조작 사범 2명을 구속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주범의 도피를 도운 2명도 범인은닉 혐의 등으로 함께 불구속기소됐다.
SNS로 밈코인 띄우고 '먹튀'
이른바 '러그풀'은 개발자나 발행 세력이 투자자를 끌어모은 뒤 갑자기 보유 물량을 팔아치우고 시장에서 이탈하는 수법을 뜻한다. 투자자들은 사실상 가치가 사라진 '휴지조각 코인'을 떠안게 된다.
검찰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밈코인 발행 플랫폼인 '펌프닷펀'에서 신규 코인을 만든 뒤 공식 SNS 계정을 통해 허위 호재를 퍼뜨렸다. 이후 가상자산 인플루언서를 동원해 투자자들의 매수를 유도한 뒤 가격이 급등하자 보유 물량을 한꺼번에 처분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번 사건은 중앙 운영주체가 없는 탈중앙화거래소(DEX)를 악용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DEX는 기존 거래소처럼 상장 심사나 이상거래 감시를 수행하는 운영 주체가 없는 구조다. 누구나 손쉽게 코인을 발행·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시세조작과 먹튀 범죄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당은 여러 개의 가상자산 지갑을 이용해 물량을 분산·순환 거래하면서 발행 세력이 대량 물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발행한 코인은 불과 26시간 만에 가격이 1001배 폭등했다. 약 6000명의 투자자가 몰렸고,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256명, 피해액은 약 9억원 규모다. 일당은 약 1000만원의 초기 자금으로 30시간 만에 약 4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금감원과 공조해 추적
검찰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보안원·국세청 등과 공조해 거래 흐름과 범죄수익을 추적했다고 밝혔다. 일당은 "계정을 해킹당했다", "텔레그램으로 계정을 빌려줬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압수수색과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범행 구조를 복원했다고 설명했다.
주범 A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신분을 숨기고 도주했지만 약 3개월간의 추적 끝에 체포됐다. 검찰은 숙소와 차명 휴대전화를 제공한 조력자들도 함께 기소했으며 범죄수익과 범행자금에 대해서는 압수 및 추징보전 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부당한 방법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시장조작 세력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며 "가상자산 시장이 더 이상 사기와 반칙이 통하는 무법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 밝혔다.
김유진 기자

4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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