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이재명 정부가 새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통해 전 국민에게 15만~50만원의 ‘소비쿠폰’ 풀기에 나섰지만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촘촘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20~30% 수준만 소비로 이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던 만큼, 투입 금액 대비 소비 부양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내수가 부진하고 체감 물가 부담이 높아 쉽사리 지갑을 열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직접 소비 지원책’이 단기적인 소비 심리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했다. 다만 지속적인 재정 확보 노력 등과 구조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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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
10.3조 풀린다…코로나 이후 첫 ‘직접 소비지원’
지난 19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경기 진작 및 민생 안정을 위한 새정부 추경안’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인당 15만원에서 50만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1차와 2차로 나눠 지급되며 소득 상위 10%와 차상위 계층, 기초수급자를 제외한 90%의 국민들은 1인당 25만원을 받는다.
코로나19 이후부터 고물가 부담이 누적되고, 이에 따라 소비 부진이 이어진 가운데, 이재명 정부는 ‘직접 지원’을 통해 전임 정부와 차별화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 당시에도 매년 경제정책방향 등에서 다양한 소비 진작책이 나왔지만 주로 ‘숙박 페스타’ 등을 통한 할인 쿠폰이나 ‘코리아 세일 페스티벌’ 같은 할인 행사 지원,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분에 대한 소득공제 등 간접적인 지원이 대부분이었다.
간접적 지원 속에서 재화를 중심으로 한 소비는 쉽게 살아나지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재화 소비 수준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은 2.2% 줄어 3년째 마이너스 흐름을 보였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5년 이래 최장 기간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올해 들어서 2%대 소비자물가 추이에도 이를 웃도는 가공식품, 외식비 등은 소비 심리를 압박하고 있다.
이처럼 장기화된 내수 부진 상황에서는 직접적인 소비 진작책이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좋을 때는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창출하는 등 효과가 나오겠지만,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쓸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라며 “추가적인 투자보다는 직접적인 지원책이 심리를 반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제한적 효과 우려…“세입 확충 등 계획 제시해야”
다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우려가 나온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의 소비 창출 효과가 투입된 금액 대비 26.2~36.1% 수준이라는 연구를 내놓기도 했다. 정부가 투입한 모든 재정이 곧 그만큼의 소비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대한의 효과를 내고, 빠른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긴급재난지원금처럼 4개월 이하로 사용 기한을 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또 유흥·사행업종 등에는 사용을 제한하고, 지역사랑상품권과 같이 연 매출 30억원 이하의 소규모 사업장으로 제한하는 등 방안도 검토한다.
정부의 설계대로 소비가 이뤄지더라도, 그 효과는 쿠폰이 소진되기까지 걸리는 1개 분기 정도로 단기적일 수밖에 없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경제 어려움은 구조적인 원인과도 결부돼 있고, 최근 부담인 물가 역시 쉽사리 해결하기 어려운 공급 측면의 어려움과도 연결돼 있다”며 “단기적이고 제한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재정 건전성 등을 고려하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대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내년도 예산안 등을 짤 때도 지금과 같은 대규모 소비 여력 보강은 어려울 수 있다. 3차 추경의 가능성은 일축됐지만, 이미 이번 추경안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4.2%까지 치솟게 된다. 이는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5.4%) 당시만큼은 아니지만, 2021년 코로나 상생국민지원금(-4.1%) 당시와 유사한 수준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4%대까지 치솟는데다가, 올해는 세입 여건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며 “이번 세법개정안에 증세 복안이나, 향후 원칙이 될 조세정책 기본계획 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