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대기업 10곳 중 9곳은 올해 하반기 투자 규모를 최소한 상반기 이상으로 집행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불확실성이 크지만,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기대감으로 투자 수준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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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밀집한 서울 도심.(사진=연합뉴스) |
2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120개사 응답)을 보면, 응답 기업 중 78.4%는 올해 하반기에 상반기와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확대하겠다는 답변은 8.3%였다. 기업 10곳 중 9곳에 가까운 86.7%는 최소한 상반기 수준의 투자 규모는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투자를 줄이겠다는 응답은 13.3%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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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경제인협회) |
이는 이재명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따른 업황 개선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하반기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응답한 기업 중 20.0%가 ‘신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변화 기대’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노후화된 기존 설비 교체·개선’을 이유로 답한 기업도 20.0%였다. 업사이클 진입 또는 업황 개선 기대를 기론한 기업은 16.7%였다.
반면 투자를 축소할 것이라는 기업들은 주로 대내외 불확실성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응답 기업 중 33.3%는 ‘미국 정책발(發) 불확실성 확대’를, 25.0%는 ‘내수시장 침체 지속’ 등을 지목했다. 고환율·원자재가 상승 리스크를 이유로 꼽은 기업은 14.6%였다.
한경협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이 신규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면서도 “하반기에는 새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 상반기와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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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경협) |
기업들은 아울러 하반기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큰 리스크로 ‘미중 등 주요국의 경기 둔화’(26.4%)를 꼽았다. 이 외에 ‘글로벌 공급망 불안 심화’(23.6%),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15.0%) 등을 지목했다.
기업들은 국내 투자에 대한 애로 요인으로는 △노동시장 규제·경직성(18.6%) △세금·각종 부담금 부담(18.1%) △입지, 인·허가 등 투자 관련 규제(16.9%) △전력 등 에너지 비용 부담(14.2%) 등을 꼽았다.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과제의 경우 ‘세제 지원 및 보조금 확대’(27.5%), ‘내수경기 활성화’(15.3%), ‘신산업 진입 규제·투자 관련 규제 완화’(11.9%) 등을 제시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저성장을 타개하려면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토대로 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필요하다”며 “인공지능(AI), 바이오, 컬처 등 미래 산업에 대한 세제·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규제 시스템을 네거티브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