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정비사업 꺼렸던 삼성
2300가구 재개발 대어 수주
'래미안 글로우힐즈'로 시공
노른자땅 개포 6·7단지이어
최고 부촌 압구정 2·3구역 등
재건축 강자 자리매김 시동
건설업계 1위와 2위의 경쟁으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삼성물산이 현대건설을 누르고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한동안 정비사업 수주를 자제했던 삼성물산이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한남뉴타운 공략에 성공하면서 압구정3구역 등 강남 재건축을 비롯해 주요 재개발 사업지에서 다시 탄력을 받게 됐다. 한남동에서 고배를 마신 현대건설은 향후 개포6·7단지 재건축 수주전 등에서 설욕을 벼르고 있어 또 한 번 '빅매치'가 예고된 상황이다.
지난 18일 한남4구역 재개발조합은 이태원교회에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임시총회를 열고 투표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1026명 중 삼성물산 675표, 현대건설 335표, 기권·무효 16표로 삼성물산이 시공권을 확보했다.
한남4구역은 용산구 보광동 약 16만㎡ 면적을 재개발해 지하 7층~지상 22층, 51개 동, 총 2331가구의 아파트와 부대 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사업비만 1조6000억원에 달하고 일반분양 물량도 많아 서울 강북권 재개발 최대어로 꼽혀왔다. 건설업계 1·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며 주목을 받았다.
삼성물산은 조합원 분담금 상환 최대 4년 유예, 공사비 인상분 최대 314억원 분담, 한강 조망 100% 보장 등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워 조합원 공략에 성공했다. 또 '래미안 글로우힐즈 한남'이라는 단지명과 함께 조합원 1166명이 모두 한강 조망을 확보하는 설계안도 제시했다.
기존 아파트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제안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인공지능(AI)으로 입주 고객의 주차 패턴을 분석해 평소 선호하는 주차구역으로 차량을 안내하고 주차 위치를 확인하는 'AI 주차장' 기능, 로봇이 자율주행을 통해 물건을 배송하는 '캐리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물산은 이번 수주로 압구정3구역을 포함해 서울 주요 랜드마크 단지 수주에서 우위를 점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번 한남4구역 수주전은 정비사업 '최대어'로 손꼽히는 압구정3구역을 비롯해 잠실우성1·2·3차, 성수전략정비구역, 압구정2구역 등 서울 주요 주택 재개발 사업의 전초전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당장 오는 3월 총 2698가구의 개포동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일컬어지는 개포주공6·7단지 수주전이 예고된 상황이다. 사업비가 대략 1조4500억원으로 한남4구역 사업비와 맞먹는다. 현대건설은 조만간 수주를 위해 사무실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고 삼성물산 역시 입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개포주공3단지에 '디에이치 아너힐즈' 브랜드를 처음 적용했고, 삼성물산도 개포시영과 개포2단지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만큼 두 회사가 또 한 번 물러설 수 없는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잠실우성1·2·3차 재건축은 공사비 1조7000억원, 최고 49층, 2680가구 규모로 진행된다. 삼성물산과 GS건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이며, 강남 재건축 시장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는 한강변 초고층 랜드마크 단지로 개발된다. 총 9428가구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며 하반기 중 시공사 선정이 유력하다.
압구정2구역은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구역으로 꼽히며, 최고 250m 높이의 초고층 주거 단지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최고 49층, 912가구 규모로 재건축이 계획돼 있다.
[위지혜 기자 / 황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