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국힘 의원들 반응이 없는데"…첫 연설서 '오묘한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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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 나선 이재명 대통령
민주당 의원들 기립박수…국민의힘은 '싸늘'
李 "삭감 주력하시겠지만" "반응이 없는데"
뼈있는 농담 건네…尹 시정연설도 '재조명'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제출과 관련해 첫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제출과 관련해 첫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취임 후 처음 나선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오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2025년도 제2회 추경안 시정연설'을 위해 찾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두 줄로 도열을 하며 이 대통령을 맞이했으나, 국민의힘 의원들은 각자 자리에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대부분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수를 치지 않았고, 이 대통령이 입장할 때 정면만 응시하는 의원도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의 연설 중간중간 다 함께 큰 박수를 쏟아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부분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국민의힘 의원석 쪽에서 싸늘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 반응이 없는데 이러면 좀 쑥스러우니까…"라고 뼈있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도 국민의힘 의원들과 미묘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추경안에 담지 못한 내용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의견을 내주시길 바란다"면서 야당에도 적극적인 의견 제시를 당부하는 대목에서 "삭감에 주력하시겠지만"이라는 말을 중간에 끼워 넣었다. 이때 불편한 표정을 짓거나 실소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연설 끝에 "우리 국민의힘 의원님들 어려운 자리 함께해주신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연설을 마친 이 대통령은 입장할 때와 반대 순서로 이번에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악수하며 퇴장했다. 이때 국민의힘 의원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다. 자리에 앉아있다가 이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자 마지못해 악수에 응하는 의원, 꼿꼿하게 서서 악수하는 의원, 고개를 숙이며 악수하는 의원 등 다양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의원들과 악수하며 퇴장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의원들과 악수하며 퇴장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서 보여주는 야당 의원들의 냉소적인 태도에는 보통 정무적인 판단이 가미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윤석열 정부 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에 찾을 때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 규탄 의미에서 시정연설을 보이콧하거나, 국회의원 전원이 기립해 대통령을 맞이하는 관례를 깨뜨렸다. 특히 당시 김용민 의원은 악수를 청하는 윤 대통령에게 "이제 그만두셔야죠"라고 말했다고 알리기도 했다.

2023년 10월 31일 정부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을 앞두고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악수 요청을 거부하다 마지못해 응하는 모습. / 출처=국회방송

2023년 10월 31일 정부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을 앞두고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악수 요청을 거부하다 마지못해 응하는 모습. / 출처=국회방송

2023년 10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친 뒤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는 가운데,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 대통령이 자기 쪽으로 다가오자 등을 돌리는 모습. / 출처=KBS 유튜브

2023년 10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친 뒤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는 가운데,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 대통령이 자기 쪽으로 다가오자 등을 돌리는 모습. / 출처=KBS 유튜브

이에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서 국회 시정연설 이같은 당시 야당 의원들의 태도를 작심 비판한 바 있다. 국회 측 대리인단이 윤 대통령이 그간 야당과 타협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자, 야당이 오히려 불통이었다는 취지로 반박한 것이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야당의 불통을 12·3 비상계엄 선포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예산안 기조연설을 하러 가면 아무리 미워도 (대통령의) 얘기를 듣고 박수 한번 쳐주는 게 대화와 타협의 기본인데, (야당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퇴진 시위를 하며 들어오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 다음번에는 언론에서 비판하니까 (야당이 본회의장 안에) 들어는 왔다. 그런데 (야당 의원들) 전부 고개를 돌리고 있고 (제가) 악수를 하니까 전부 거부하면서 심지어는 '빨리 사퇴하세요' 이런 의원도 많았다"며 "야권은 계엄 선포 전까지 무려 178회 퇴진과 탄핵을 요구했다. 대화·타협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이 정권을 파괴시키는 게 목표라고 하는 걸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2023년 10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마친 후 여야 의원들과 악수하기 위해 본회의장을 도는 가운데,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악수하는 모습(왼쪽), 윤 대통령을 향해 피켓을 들어보이는 강성희 진보당 의원. /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국회방송 캡처

2023년 10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마친 후 여야 의원들과 악수하기 위해 본회의장을 도는 가운데,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악수하는 모습(왼쪽), 윤 대통령을 향해 피켓을 들어보이는 강성희 진보당 의원. /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국회방송 캡처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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