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값' 된 종이 한 장…캐릭터 카드에 꽂힌 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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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값' 된 종이 한 장…캐릭터 카드에 꽂힌 3040

‘4305만5000원.’ 지난 15일 리셀 플랫폼 크림에서 거래된 ‘아세로라 엑스트라 배틀데이’ 카드(사진) 가격이다. 포켓몬스터 인기 캐릭터가 그려진 종이 카드 한 장이 4000만원을 훌쩍 넘긴 것이다. 지난달 29일 ‘뭉크 피카츄’ 카드가 크림 역대 최고가인 2363만원에 팔린 지 약 보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국내 프리미엄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 가격과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뛰고 있다.

◇거래 폭발한 ‘종이 캐릭터 카드’

16일 크림에 따르면 지난 1~3월 크림 내 TCG 순거래액(NMV)은 전년 동기보다 2644% 늘었다. 거래량은 1521% 폭증했다. 1년 전인 지난해 1분기에 이미 전년보다 각각 163%, 85% 증가했는데 올해 들어 더욱 급격하게 거래가 늘었다. 크림 관계자는 “올해 최고가 경신이 연달아 이어지는 등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일본 자회사인 소다는 이미 지난해 프리미엄 TCG 거래가 회사 실적 전체를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TCG 캐릭터 그림과 능력이 적힌 종이 카드다. 이를 모아 각 개인 고유의 덱(카드 묶음)을 만들고, 그 덱으로 다른 사람과 겨루는 게 핵심이다. 보통 인기 애니메이션·게임 캐릭터와 스포츠 선수 경기 사진 등이 담겨 있다. 각 카드는 희귀도와 성능에 따라 가치가 다르다. 일종의 게임 도구인데 수집 문화가 깊게 얽혀 있다. 상태가 좋은 카드일수록 리셀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金값' 된 종이 한 장…캐릭터 카드에 꽂힌 3040

이날 기준 크림 플랫폼엔 포켓몬 TCG 판매 글이 5만6000여 개 올라와 있다. 이 중 100만원 이상의 카드가 337개에 이른다. 1000만원이 넘는 건 43개다. 5년째 카드를 모으고 있는 한 수집가는 “올해가 포켓몬 30주년인데 이런 이벤트가 있으면 가격이 더 오른다”며 “요즘엔 거래가 활발해져 눈여겨본 카드도 잠시 고민하면 금방 다른 사람에게 팔린다”고 했다.

지난 2월엔 유명 유튜버 로건 폴이 가지고 있던 ‘피카츄 일러스트레이터’ 카드 한 장이 TCG업계 역대 최고액인 1949만달러(약 238억원)에 낙찰됐다. 이 카드는 전 세계에 39장만 풀린 희귀 카드다. 로건 폴은 2021년 이 카드를 527만달러(약 77억원)에 사들인 후 5년 만에 3배 차익을 실현했다.

◇향수 자극…투자 수요도

지금 국내 TCG 수요를 견인하는 가장 큰 요인은 ‘향수’다. 2000년대 초반 포켓몬과 유희왕 등 콘텐츠를 즐기던 세대가 3040 소비자로 성장하면서 수집 수요가 형성되고 있다. 비싼 카드도 있지만 수만원대의 값싼 카드도 많다. 수년 전 포켓몬빵 스티커 수집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카드를 모으면서 어릴 때 친숙했던 캐릭터를 모으는 문화가 보편화했다는 분석이다.

TCG가 ‘동네 만화가게’ 거래 수준에 머물지 않게 된 데에는 리셀 플랫폼의 역할이 컸다. 크림은 핵심 거래 품목인 스니커즈·패션과 별도로 TCG 카테고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스니커즈에 적용한 정품 검수 시스템을 TCG에 이식해 최대 거래 장벽인 ‘가품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마니아만 아는 취미이던 TCG가 플랫폼을 통해 거래 문턱이 낮아지면서 스니커즈와 비슷한 감각의 온라인 리셀 상품으로 편입된 셈이다.

캡슐토이나 가챠, 럭키박스 등 ‘뽑파민(뽑기+도파민)’ 소비가 유통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원하는 레어 카드를 얻기 위해 여러 팩을 사서 연달아 까는 일명 ‘팩깡’ 문화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그레이딩(등급 판정) 전문 회사인 PSA가 트레이딩 카드 상태를 1~10점으로 평가하는 시스템까지 구축하자 TCG가 투자자산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고가 카드는 대부분 최고 등급인 ‘PSA10’을 받은 제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자산인 대체불가토큰(NFT)에 피로감을 느낀 투자 수요가 실물이 있는 TCG로 회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강력한 팬덤 지식재산권(IP)과 표준화된 검수 시스템이 결합해 명품, 스니커즈를 잇는 대체 투자 자산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은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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