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휴전 이끌어낸 트럼프
나토 회의서 극진환대 받아
뤼터 총장 "美리더십 경의"
나토 2035년·獨 2029년까지
국방비 GDP 5%로 증액키로
英, 美 F-35 12대 구매 약속
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을 조성하며 미국 패권을 확인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유럽에서 달라진 대접을 받고 있다. '힘을 통한 평화'를 구현했다고 자신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찾은 그에게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 증액 등 갖은 선물과 함께 환심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나토 회원국들은 회의 참석을 위해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첫날부터 의전에 정성을 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네덜란드 왕실이 주최한 환영 만찬에 참석해 왕실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호텔에서 머물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변경돼 다음날 아침에는 왕실 조식에도 함께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날 만찬에는 32개 나토 회원국 정상이 정상회의 전 처음으로 한꺼번에 모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참석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 자리에서 "나토에 방위비 증액을 촉구한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만찬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아 최근 국제 문제들에 대해 긴 논의를 나눴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독일과 영국은 25일 정상회의에서 나토의 모든 회원국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까지 인상한다는 내용이 발표되기 전부터 서둘러 국방비 지출 확대나 미국산 첨단무기 구매 계획을 밝혔다.
독일 연방정부는 24일 내각회의에서 나토의 목표 기한인 2035년보다 6년 더 빠른 2029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3.5%에 달하는 1529억유로(약 242조498억원)로 늘리고, 안보 관련 간접비용도 1.5%까지 인상하기로 했다. 영국도 나토 계획에 발맞춰 지난해 GDP 대비 2.3%였던 국방비를 2035년까지 5%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영국은 미국의 첨단무기 구매도 약속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국의 F-35A 전폭기 12대를 구매할 예정이며 이를 25일 나토 정상회의에서 공식 발표했다.
네덜란드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뤼터 사무총장이 24일 보낸 문자메시지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공개하며 외교적 성과를 자랑했다. 뤼터 총장은 문자메시지에서 "쉽지 않았지만 우리는 모두가 (GDP 대비 국방비) 5%에 서명하도록 했다"며 "당신은 그 어느 미국 대통령도 수십 년간 하지 못한 업적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나토가 트럼프의 집요한 국방비 인상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배경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문제와 최근 이란·이스라엘 간 휴전을 강제한 미국의 힘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나토 정상회의 기간이 마냥 우호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프랑스와 노르웨이 등은 미국의 이란 공습이 '일방적 무력행사'를 금지한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김제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