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을 공략하는 클럽 웨지의 또다른 이름은 ‘스코어링 클럽’이다. 그린을 정확하게 공략해야 좋은 스코어를 거둘 수 있다는 뜻을 담은 별명이다. 8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스(총상금 12억원)에서 연장 2차전까지 이어지는 접전끝에 우승한 이가영의 최종 병기 역시 웨지였다. 화려한 장타는 없지만 누구보다 날선 샷감을 앞세운 이가영이 연장 2차전까지 이어진 접전끝에 우승하며 자신의 투어 세번째 우승을 완성했다.
이날 강원 원주 성문안(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 이가영은 버디 4개, 보기 2개로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04타로 한진선, 김시현과 연장전에 돌입한 이가영은 완벽한 웨지샷으로 두번의 연장에서 모두 버디를 잡으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날 이가영은 한진선, 방신실 등과 공동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섰다. 전반에는 버디와 보기를 각각 2개씩 치며 타수를 줄이지 못하는 답답한 흐름을 보였다. 후반에 2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12언더파로 경기를 마칠 때까지만 해도 이가영의 우승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13언더파로 단독 선두였던 한진선이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네번째 샷을 핀 1.5m 옆에 붙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진선이 이 퍼트를 놓치면서 먼저 경기를 미친 김시현, 한진선과 동타로 내려왔고,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이가영은 완벽한 샷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1차 연장 두번째 샷에서 투온을 노리는 대신 아이언을 잡고 안전한 쓰리온을 택했다. 대신 가장 자신있는 웨지샷으로 공을 핀 1.5m 옆에 붙여 버디를 잡아냈다. 정규라운드 18번홀에서 1.5m 파 퍼트를 놓쳤던 한진선은 연장 1차전에서 10m 버디퍼트를 잡아내 다시 한번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연장 2차전에서도 이가영은 정확한 샷으로 1.8m 버디 찬스를 만들어냈고, 이를 놓치지 않았다. 반면 한진선은 세번째 웨지샷이 다시 한번 핀 10m 거리에 떨어지면서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날 이가영은 어프로치샷에서 2.86타의 이득을 거두며 출전 선수 가운데 세번째로 높은 스트로크 게인드(SG)를 기록했다. 샷의 정확도를 보여주는 ‘티샷 투 그린’SG에서도 3.06으로 출전 선수 중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대회에서 단일대회 5연패 기록에 도전했던 박민지는 최종합계 3언더파 213타를 쳐 공동 39위로 마무리했다. 1라운드에서 퍼트 난조로 커트 탈락 위기까지 몰렸지만 2라운드에서 5타를 줄이며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28위로 순위를 크게 끌어올려 최종라운드에 진출했지만 이날 버디 2개에 보기 3개를 더하면서 대기록 달성에서 멀어졌다. 경기를 마친 뒤 박민지는 “5연패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앞서 4연패도 하늘이 내려준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 기록을 후배들이 얼른 깨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원주=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