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한꺼번에 쏠리는 4월 원·달러가 일시적으로 1500원대에 진입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 다만 환율 진정 시점에 대해서는 시장 불안 지속이냐 불확실성 해소냐 전망에 따라 올해 2분기와 3분기로 다소 엇갈린다.
◆금융위기 수준 환율…나홀로 원화값은 ‘약세’
1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는 전거래일 오후 종가(1466.5원) 대비 6.4원 오른 1472.9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중 최고점이자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최근 달러 대비 원화값 약세는 미국의 경지 부진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의구심에 따른 달러 약세에 주요국 통화를 비롯해 신흥국 통화까지 일제히 강세를 보인다는 점과 차별화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달러화 가치는 최근 1개월 사이 2.8% 하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 중에 일본(-0.7%)를 제외한 유로화(3.7%), 영국 파운드화(2.6%), 스위스 프랑(2.0%), 캐나다 달러(0.7%), 호주 달러(0.8%)가 모두 오른 영향이다.
반만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1.6%나 떨어졌다. 중국(0.4%)과 인도(1.6%), 러시아(3.5%), 남아공(1.3%), 브라질(1.6%), 멕시코(0.8%) 등 주요 신흥국 통화값이 반등한 가운데 예외적이다. 우리나라를 빼고 신흥국 중에서 통화가치가 하락한 나라는 대만(-0.9%) 뿐이다. ◆트럼프 관세·정국 불안이 짓누른 원화값원화 약세가 두드러진 이유로는 수출 중심 국가인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타격 우려가 다른 나라보다 크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주요 수출 국가가 미국을 비롯해 미국과 통상 마찰을 겪고 있는 중국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 개별 품목 관세에 이어 오는 4월 2일 전 세계 국가들의 대미 관세와 비관세 무역장벽을 고려해 ‘상호관세’를 발표할 방침이다. 3일부터는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와 관련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상황이다.
트럼프 발 관세 전쟁은 전세계 교역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원화값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얘기다. 영국계 IB인 캐피탈이코노믹스는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9%로 제시한 상황이다.
국내 정치 불안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거론된다.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지체되며 국민들의 정치 분열이 심각해지면서 높아진 불확실성이 원화 매도와 달러 매수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경기 부진에도 리더 부재에 따른 재정정책 집행 등의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4월 환율 1500원대 도달…”진정세는 3분기나 돼야”시장에서는 트럼프 상호관세 발표와 대상국의 반발로 글로벌 무역전쟁 전면전이 확산되며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시각이 높다. 국내 경기 부진 우려가 높아지는데 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국론 분열도 원화 약세로 이어지며 환율이 1500원대로 뛸 것이라는 얘기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4월 예고된 무역분쟁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외환시장은 안전통화인 미 달러 대한 선호도를 높일 것”이라면서 “환율은 2분기까지 미 달러 강세 기조에 연동해 오름세를 유지하며 불확실성 확대 시 환율 상단은 1500원 내외로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환율 안정은 3분기나 되야 가능할 것으로 봤다. 전 연구원은 “미 달러는 하반기에 점진적으로 약세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미 달러의 하락 전환을 유도하는 트리거는 미국 고용 둔화와 6월 FOMC 금리 인하가 될 것”이라며 4분기에는 1400원 내외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계 금융사 캐피털 이코노믹스(CE)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정치 위기에 따른 정부 지출 둔화를 이유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0%에서 0.9%로 낮춰잡으며 원·달러가 연말 1500원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4월 정점으로 ‘2분기 진정세’ 전망도
반면 4월 정점으로 2분기 내 환율이 안정세를 찾아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트럼프 발 무역전쟁에 따른 불안과 국내 정치 불안이 충분히 반영됐다는 점에서다. 향후 원화값이 더 나빠질 일 없이 정치 불확실성 해소 등과 함께 반등에 나설 것이란 시각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2분기 원·달러 밴드로 1360~1480원을 제시하며 “원화는 탄핵 선고기일 연장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등에 향후 하락 여력이 크다”면서도 “다만 2분기 초반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를 전제로 원·달러 하락 전망을 고수한다”고 말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단기적으로 환율 상방 압력을 자극하는 이벤트가 있다”면서도 “다만, 2분기 전체로는 정국 불안 해소와 함께 국내 경기 회복 시그널이 관찰되며 분기말로 갈수록 환율이 4월보다 레벨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상호관세를 대형 악재로 인식할지 혹은 불확실성 해소로 판단할지에 달러는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면서 “다만, 자동차 관세 25%등 관세 악재가 이미 가시화됐다는 점에서 2일 상호관세 시행 후 달러가 급격한 강세를 보이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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