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된 '불량' 화물차…주행 중 빠진 바퀴, 여고생 덮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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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5일 오후 1시께 경기 과천시 한 도로에서 25t 화물차의 뒷바퀴가 빠져 반대편에 서 있던 과천여고 1학년 A양(15)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100㎏ 무게의 바퀴가 도로 위를 튀어 다니다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A양의 머리를 직격했다. 종합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A양은 59일이 지난 지금까지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점검·정비를 제대로 받지 않은 화물차가 길가를 달리다가 바퀴가 빠져나가면서 주변 운전자나 행인을 덮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탈한 차량 부품이 흉기가 돼 가해지는 피해를 막기 위해 화물차 대상으로 전반적인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화물차 사고 중 바퀴 파손 등에 따른 사고는 지난 5년(2020~2024)간 150건 발생했다. 사망자는 11명에 달했다. 사고의 공통점은 차량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소 고중량의 물량을 싣고 다니는 화물차는 허브 베어링·휠 디스크·림 등 주요 장치에 자주 과부하가 걸리지만 제대로 검사받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현재 운행 중인 화물차 10대 중 1대는 필수 점검을 받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올 6월 기준 화물차 미수검 차량은 35만8192대로 전체 검사 대상인 370만1871대의 9.7%를 차지했다.

지난 5년간 교통사고로 숨진 피해자 5명 중 1명은 화물차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국내 전체 차량 중 화물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교통사고 발생 건수 대비 사상자는 가장 많다”며 “부품 하나하나가 무거워 운전 중 이탈 시 흉기가 된다”고 말했다.

작년 2월 경기 안성시에서 발생한 사고의 경우 트레일러 바퀴가 갑자기 빠지면서 반대 차로를 달리던 차량을 직격해 관광버스 운전자 등 2명이 숨지기도 했다. 차량 노후화로 바퀴를 연결하는 허브 베어링이 헐거워져 인명 피해로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지난해 말 화물차 바퀴 이탈사고 예방을 위해 정기 점검을 의무화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화물차는 바퀴를 복륜으로 구성하는데 구조상 정밀한 확인이 어렵다”며 “법적 정비 기준을 강화하고, 운전자 스스로 수시 점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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