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 업무단지서 함께 일했던 2명 찔러
도주 40분만에 지하철역에서 붙잡혀

27일 서울 강서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8분경 강서구 LG전자 마곡 업무단지인 사이언스파크 2층에서 “남성 두 명이 칼에 찔린 채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피해자들은 50대 남성과 40대 남성으로, 각각 옆구리와 팔을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들은 중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인 60대 남성은 범행 직후 도주하다 사건이 벌어진 지 40여 분만인 이날 11시 58분경 서울 마포구의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에서 특수상해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그는 평소 소지하던 총 23cm 길이의 접이식 칼로 본사 직원들을 찌른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지하철로 도주하던 중 서울 마포경찰서 월드컵지구대 소속 경찰들의 검문에 붙잡혔다. 마포경찰서는 기초 조사를 마친 뒤 강서경찰서로 신병을 넘겼다.
조사 결과 피의자는 본사 직원들과 업무상 갈등이 생겨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협력업체 소속인 그는 LG전자 측 요청으로 협력사에서 그가 담당했던 프로젝트가 변경되자, 그동안 함께 일했던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협력사는 LG전자와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피해자 2명은 LG전자에서 자동차 전장(전기 및 전자장비)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들로부터 업무 지시 및 인간적인 관계에서 괴롭힘을 겪어왔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남성의 신병을 확보한 경찰은 구체적인 범행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서울 강서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이나 해고 통보 등 주장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LG전자 측은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 자체 조사에도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올해 3월 원청의 사용자 책임 범위를 넓힌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 노동자의 교섭 요구 등이 늘어났지만, 실제 현장에서 여전히 갈등 조정 창구가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협력업체 직원들이 원청 사업장 안에서 함께 근무하며 사실상 같은 팀처럼 일하는 경우,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공식적으로 중재하거나 고충을 처리할 창구가 불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명목상 소속은 협력업체지만 실제 업무 등은 원청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누적된 갈등이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을 야기했을 수 있다”며 “원청 사업장 내 근무하는 협력사 직원에 대한 관리 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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