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 청년 목소리 담는 ‘서울 청정넷’
사회문제·일상불편 고민, 현실 정책으로
무장애 지도 만들고, 폐교 활용법 제안
올해는 청년이 참여자 직접 선발하기도
예산 편성까지 참여 범위 넓여
“휠체어를 타는 친구와 카페에 가려는데, 가는 곳마다 바퀴의 진입이 어려워 2~3군데를 돌아다녀야 했어요.”서울 강동구에 사는 차효일 씨(31)가 지난달 29일 말했다. 차 씨는 지난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친구와 함께 카페에 가기 위해 휠체어 진입이 가능한 장소를 찾다가 애를 먹었다. 온라인에서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없었고,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입구 사진을 확인해봐도 실제 가 보면 사진보다 문턱이 높아 접근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차 씨는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 맵(무장애 지도)’을 만들어보면 좋겠다는생각이 들어 서울시에 제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 청년 목소리, 정책으로 반영
차 씨가 자신의 생각을 제안한 곳은 서울시 청년참여기구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서울청정넷)’였다. 서울청정넷은 서울시가 2013년부터 운영해온 청년 참여 플랫폼으로, 만 19세부터 34세까지의 청년들이 직접 정책 의제를 발굴하고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쳐 서울시에 제안하는 시민참여형 정책 네트워크다. 그동안 청년수당, 청년 마음건강과 월세 지원 등 다양한 청년 정책을 제안하면서 중앙정부와 타 지방자치단체가 벤치마킹하는 대표 사례로 자리잡았다.차 씨의 배리어프리 맵 제안은 시 소관 부서의 조정회의와 민관 간담회를 거쳐 실제 제작 단계를 밟고 있다. 현재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시설이나 다중이용시설은 이동약자를 위한 편의시설 설치가 의무지만, 일반 음식점과 소규모 카페 등은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일 SK행복나눔재단, LBS테크와 함께 배리어프리 맵 제작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법적 설치 의무가 없는 매장의 장애인 화장실, 엘리베이터, 출입문 유형 등의 정보를 담은 지도를 제작해 이동약자의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청년 제안으로 폐교가 청년 창업 지원 공간으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한창기 씨(31)는 서울 도봉고가 일반고 가운데 처음으로 폐교된 사례를 보고,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폐교를 청년 창업 지원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정책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실의 검토를 거쳐 지난해 12월 ‘폐교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발의됐다. 한 씨는 “아이디어를 다듬어 실제로 정책 제안에 목소리를 낼 수 있어서 뿌듯했다”라며 “앞으로도 꾸준히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청정넷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예산 편성에도 청년 참여서울시는 올해부터 서울청정넷 참여자의 모집과 선발 과정에서도 청년의 시각을 반영했다. 기존에는 무작위 추첨 방식이었지만, 올해는 기존 참여자들이 신규 참여자를 직접 선발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지난해 우수활동자 8명을 포함한 총 357명을 선발했다.
서울청정넷은 이달 중 분야별 현장 실무자를 초청해 특강을 연다. 오는 7월에는 청년이 예산 편성 과정 전반에 참여하는 ‘사회기여 네트워킹’을 통해 시민 제안을 청년의 시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년의 목소리를 시정에 반영해 시민의 행복을 높이고 매력 특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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